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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義人 열 명만 있어도...”
의인(義人) 열 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다행이 대한민국에는 소수의 의인들이 있다. 의인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국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유행적인 트렌드가 있다. 그러나 그 유행에 맞추지 않고 연어처럼 거슬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 “국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라고 물은 또 다른 ‘고대녀’, 한국대학생포럼의 문유진 양처럼.
50년대~60년대엔 비(非)순응주의적인 학생들이 소수파였다. 당시의 유행은 순응주의(conformism)였다.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와 온건진보주의로 자유당과 권위주의에 이의(異意)를 제기했던 학생들은 마이노리티(minority)에 불과했다. 그러나 70년대 초에 유신반대를 하면서부터 그들은 보편적인 트렌드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역사는 스윙(swing)의 반복인지, 80년대 들어 학생운동의 주조종실은 NL에 의해 하이재크 당했다. 그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트렌드로 굳어졌다. 80년대 중반 이후의 ‘구국학생연맹’, ‘반제청년동맹’, 자민통, 전대협, 한총련으로 이어진 트렌드였다.
이 트렌드의 지나침은 역으로 오늘의 소수파, 자유민주 학생운동을 싹틔웠다. 한국대학생포럼이 그 한 사례다. 또 한 차례의 당연한 스윙이었다. 소수파는 고독하다. 그러나 세상의 그 어떤 다수파도 소수파로서의 초기 단계를 가지지 않았던 적이 없다.
지금은 “해군기지는 해적기지...”라고 말하는 부류가 트렌드일지 몰라도 그것이 당치도 않은 막말인 한에는 “뭐, 국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바른 소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보편타당성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줄만 안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성에 기초한 확신이다. 오늘의 트렌드는 기초한 맹신이다. 보편적 지성은 때로는 국지적(局地的) 맹신 앞에서 힘이 약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의 전 세계의 트렌드는 지성에 유리하고 맹신에 불리하다.
지구시민사회의 양심은 중국 대사관 앞에서 “우리 친구들을 구해주세요(Save our friends)"라고 눈물로 외친 경인여대 학생들 편이지, 탈북동포들을 학대하는 억압자들의 편이 아니다. 그 점에선 당신들은 소수파가 아니다.
한국대학생포럼이 ‘의인 열 명’의 몫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류근일 본사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