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진화포럼 토론회서 김기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지적토론자들 모두 “한중 FTA는 단순한 경제 문제 아니다”는데 공감
  •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한미FTA 반대의 틈바구니에 들고 나온 ‘한중 FTA’ 추진 주장을 놓고 ‘한중 FTA는 단순한 경제협약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중 FTA,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김기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중 FTA는 우리나라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수 연구위원은 “FTA는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위한 WTO와는 달리 양자 간의 배타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경제적 측면과 함께 안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FTA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착한 다자간 무역 자유화의 골간을 이루고 있는 최혜국대우(Most Favoured Nation) 원칙을 어긴다는 의미로 FTA를 배타적인 이해의 결집으로 생각, FTA 상대국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강대국의 대외경제정책에는 이러한 전략적 사고가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을 보면 우선 그들의 영향권인 미주 지역 국가와 FTA를 체결한 다음 군사적 동맹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는데, 호주, 뉴질랜드(추진 중), 한국, 이스라엘(사실상의 동맹국) 등이 대표적”이라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 중 어느 곳도 미국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중 FTA에 대한 논의는 과거 오랫동안 있어 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되면서 양자협정을 맺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2012년 초 중국이 한국과의 FTA를 그토록 바라는 것일까. 해답은 역시 한미 FTA에서 찾을 수 있다”며 “중국이 갑작스럽게 우리나라와 FTA 체결을 희망하는 것은 자신들의 대외팽창전략 전체가 위축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라고 풀이했다.

    김 연구위원은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 안보는 사실상 미국이 책임지고 있고, 중국은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다”며 “한중 FTA는 안보와 경제 중 안보적 이해의 가중치가 더욱 크다. 따라서 한중 FTA는 자칫 한미 관계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중 FTA는 경제적 필요성을 넘어 경제-외교-군사-안보를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복합형, 혼합형 FTA다. 중국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져온 우리도 미국 중국 사이의 복합적인 대결구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대북정책과 통일정책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고려해 한-중 ‘복합형 FTA’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한중 FTA는 일반적인 경제적 측면의 FTA와 달리 ‘정치적 FTA’가 될 경우 중국의 대폭 양보를 통해 예상보다 빨리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패널로 참석한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 FTA의 체결을 전제로 “중국은 서비스, 투자, 경협, 기타 분야의 순차적인 협상을 선호하겠지만 우리는 모든 이슈들을 포함하는 ‘동시적, 포괄적’ 방식을 유도해야 한다. 비관세장벽 완화와 서비스개방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패널인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1994년 시장개방 이후 우리 농업 전반에 변화가 있었다. 또 계층 간, ‘근대’와 ‘탈근대’ 정서의 충돌, ‘농업보존’ 논리가 나타났다”며 “한-중 FTA에 대비해 우리 농업도 가공수출, 안전성 및 기능성 강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중 FTA가 우리 농업인과 기업에 미칠 영향, 안전성 등을 고려하는 한편 중국 내 한국인 체류자, 한류 영향, 문화적 요소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의 대외팽창전략을 고수하기 위해 파키스탄, 아세안 등과의 협상에서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한, ‘정치적 FTA’를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