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FTA-제주 해군기지 모조리 폐기할 터"

  •   "해적 습격을 받았을 때 3시간 넘게 대피해 있었는데 만일 근처에 군항이 있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 아니겠어요. 제주해군기지는 너무도 필요한 겁니다. 필요가 아니라 없으면 안 돼요.”

      “내가 선원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물동량의 99.8%가 제주 남방해역을 지나는데 그곳이 막히면 나라 전체가 고사(枯死)하는데. 게다가 이어도 주변에서 분쟁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제주도에 기지가 없으면 어디서 떠납니까? 정말 분쟁이 생기면 그땐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소말리아 바다의 영웅 석해균 전 선장이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에게 한 말이다.
    군항, 군항 하며 반대한다지만, 도대체 군항과 일반 항구를 구분 짓는 것부터가 웃기는 소리라는 것이다. 다 같이 쓰는 게 항(港)이란 이야기다. 이런데도 ‘평화’ 어쩌고 하며 반대한다니, 위기가 닥쳤을 때 속수무책으로 있는 게 평화인가?

      한 미 FTA 반대도 마찬가지다. 중국-북한의 북방세력에 우리가 핀란드처럼 무력화 되기를 원치 않는 한 한 미 동맹은 우리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 미 FTA는 경제적인 호혜(互惠) 뿐 아니라 그런 전략적 필요에서도 꼭 필요하다. 균형을 잡기 위해 우리는 한 중 FTA도 추진하고 있다. 강대국 국제정치 앞에서 수동적인 객체로서 살기보다는 능동적인 주체로서 살려는 ‘이제는 발전한’ 한국의 당연한 적극책이다.

      그럼에도 일부는 이왕에 체결된 한미 FTA도 폐기하겠다, 제주해군기지도 백지화 하겠다, 핵안보 정상회의도 반대한다, 난리를 피우고 있다. 왜? 한미 동맹 강화가 싫어서? 북한 핵 무장이 시비당하는 게 싫어서 그걸 다른 ‘바람 잡기’로 희석시키기 위해서? 본인들 입으로 한 번 답변해 보기 바란다.

     통합민주당은 최근의 일련의 자세를 통해 그간의 자칭 ‘중도개혁적’ 입장까지 폐기하고 아예 선명좌파의 입장으로 선회하려는 것인가? 친노파와 현장운동권 출신이 장악한 통합민주당의 최근의 언동은 종전의 민주당보다 훨씬 더 색깔이 진해 보이기에 묻는 것이다.

      체결된 국제협정을 파기하고, 해상수송로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전략적 장치마저 백지화 하겠다는 것은 ‘개혁’이라기보다는 ‘전면 뒤집기’다. 지금 한국 선거국면에는 그런 엄청난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다. 정책 경쟁을 넘는 총체적 대결, 세계관적 대결 구도가 짜이고 있는 셈이다.

      이 전선의 다른 한 쪽에 있는 새누리당은 그러나, 상대편의 ‘직업적 변혁투쟁 전문가’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오합지졸들이요 초짜들이다. 좋게 말해 ‘모범생’들이요, 심하게 말해 ‘정신적 애들’이다. 이 험악한 시대의 생사가 걸린 혈투엔 맞지 않는, 그저 매끈한 출세가도의 유형(類型)일 뿐이다. 공천결과를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주전선에서 전사(戰士)가 소외되는 한 대한민국 진영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야 한다. 비장한 각오로.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