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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일영 교수의 대한민국 이야기
왜 적잖은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성공을 인색하게 평가하고 북한의 실패를 눈감아 주는가?
여러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아마 우리 현대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특히 분단과정에 대한 이해, 국가주도 경제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에서 그 점이 두드러지게 감지된다.분단, 분단 하지만 그것은 통일독립 국가를 이승만과 미국이 생짜로 두 동강낸 것이 아니다. 조선이라는 국제법상의 통일독립 국가가 없었던 시절, 그래서 한반도 역시 ‘대일본제국’의 영토였던 시절(우리는 물론 그것을 일제 강점기라고 규정한다), 2차 대전에서 일본에 이긴 미국은 전후처리를 위해 38선 이남에 점령군으로서 '당연히' 진주했다. 미소합의에 따라 소련은 38선 이북에 역시 점령군으로 진주했다. 그래서 분단이 시작되었다.
미소가 전후처리를 위해 임시로 그은 38도선이 그 후 항구적으로 고착된 사연은 무엇인가? 38선 이북에서 소련 점령군의 지도하에 전체주의 1당 독재, 1인 독재(인민위원회)가 수립되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절멸(絶滅) 시키는 저 무자비한 볼셰비키 혁명이 착수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죽이겠다고 할 때 나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천부인권이요 ‘자연적’인가? 안전지대로 들어가 그 영역이나마 죽기 한사하고 지키는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 건국이었다.
이 안전지대에서 우리는1948년, 전체주의 1당 독재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사회의 초석을 깔았다. 그것을 2년 뒤 소련, 중공, 김일성이 탱크를 밀고 쳐들어 와 없애버리려 했다. 우리는 낙동강까지 밀렸다가 천우신조로 휴전선 이남을 다시 건질 수 있었다.
2차 대전 이후의 우리 현대사는 결국, 한반도 전역을 전체주의 1당 독재로 휩쓸어버리려 한 볼셰비키 혁명으로부터 휴전선 이남의 손바닥 반쪽만한 땅덩이나마 간신히 ‘비(非)전체주의 지대’로 움켜쥔 구사일생의 과정이었다. 그래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통일도 통일은 통일이니 그걸 막아낸 게 불만이란 소린가? 스탈린, 폴 포트, 요덕수용소, 두만강 넘어 팔려가는 탈북 여성과 그들이 낳은 무국적 혼혈아들, 3대 세습을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한다면 그건 뇌(腦) MRI를 찍어봐야 한다.
이남은 자유민주, 이북은 공산주의로 분단되었어도 소련 중공 김일성이 동족상잔의 침략전쟁만 안 일으켰어도 분단의 심각성이 오늘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들은 걸핏하면 전술적으로 ‘평화, 평화’ 떠든다. 그러나 평화는 6.25 남침과 그 이후의 지속적인 도발, 테러, 침투, 어뢰, 대포, 지하당 공작, 남남갈등 조직...등으로, 시종 저들이 깨왔다.
6,25 전후의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 그리고 휴전 이후의 산업화에 대해서도 일부 젊은이들은 그것이 권위주의였다는 이유로, 그것이 소외계층의 아픔 위에 이룩된 것이라는 이유로 배척한다. 물론 권위주의는 있었다. 필자 역시 조금(?) 당했다. 그 그늘 부분에 대한 비판은 그것대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그렇게 짧은 기간에 한국만이 그렇게 놀라운 발전을 이룩해 낸 그간의 엄연한 사실과 진실만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지 않으려는 한 지울 수 없다. 그 발전 이후에 발생한 문제군(群)에 대한 극복은 물론 오늘의 세대의 몫이다.
산업화 기간의 ‘발전국가’의 전개과정에 대해서는 최근 출간된 고(故) 김일영 교수의 역작 “한국 현대정치사론(김일영 지음 김도종 엮음, 도서출판 <논형>)”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 중 한 대목을 소개한다.
“지구상의 국가들 중 지난 200년 동안 전통적인 농업사회로부터 근대 산업사회로의 변동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산업화가 호오(好惡, 좋고 싫고의 문제)의 가치판단을 떠난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운명적 과정을 떠맡아 추진한 박정희 체제에 그 시대의 모든 문제를 귀속시키는 오류를 범하지는 말자...”
알려면 철저히 알아야 한다. 굶주린 전체주의 1당 독재, 세습 1인 신격화 체제에서 ‘위대한 수령’ 생일 날 여의도 광장에서 남쪽 젊은이들이나마 대규모 매스게임에 동원되는 삶의 방식을 막아주기 위해 대한민국은 있었다. 이게 잘못 됐다는 것인가?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