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따 피해 학생의 잇단 자살과 무한경쟁에 따른 극심한 부담감,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장자에 대한 욕설...
    한국 언론을 연일 장식하는 이런 뉴스는 경제발전 속도를 의식수준이 따라주지 못한데 따른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동물의 왕국'과 같은 약육강식으로 흐르는데 따른 부작용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한때 구식으로 여겨지던 `공자님 말씀'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자녀들을 서원에 보내는 한국 부모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동체의 조화와 어른에 대한 존경, 국가에 대한 충성 등 청소년들에게 잃어버린 가치를 찾아주려는 움직임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북 영주의 도산서원에는 `서원 스테이' 신청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제는 연간 1만5천명이 다녀간다.

    도산서원의 박석홍 학예연구원은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도덕성은 붕괴 일보 직전에 있다"며 "이곳이야 말로 도덕성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강구현(서울.13) 군은 최근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여동생 채원(10)양과 3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도산서원에 도착했다. 강군과 같은 초등학생 40명 정도가 같은 버스를 탔다.

    이들은 사흘간 서원에 머물며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공자의 가르침을 듣고 유학자의 생활을 맛보게 된다. 식사예절과 다도, 부모님에 대한 예의 등도 배운다.

    강군은 "이곳에 왔으니 앞으로는 할아버지에게 꾸중을 덜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채원 양은 마루에서 큰절을 하는 법을 배우고 나서 "무릎이 너무 아프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이제 큰절을 어떻게 하는지는 알게 됐다 할아버지가 기뻐하실 것"이라며 웃었다.

    `서원 스테이'는 10여년전 한국에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의 하나라고 NYT는 밝혔다.

    경제난으로 실업률과 자살률이 급증하자 한국전쟁 직후의 훨씬 어려운 시절도 잘 참겨 견뎌온 기성세대의 가치에서 답을 찾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전국에서는 150여개 서원에서 도산서원과 유사한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템플 스테이'나 극기를 배우는 `해병대 캠프'도 같은 맥락에서 운영된다.

    타임스는 장유유서와 남아선호 사상 등을 내세워 수십년간 유교문화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한국 사회가 다시 공자를 찾아 나선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전했다.

    도산서원의 박 연구원은 서원이 공교육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학교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