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소통 가교 역할, 2월 국회 현안 조율이 핵심정치색 없지만 언론인 출신 친이계, 비판 시각 있어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공석 중인 특임장관에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68.사진)을 내정함으로써 임기 말 여권과의 소통에 전환점이 될지가 관심사다.

    총선을 앞두고 친박으로 재편되는 한나라당과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이 신임 특임장관의 핵심 업무다.

    고 내정자는 중앙일보 편집국장 등 30여 년간 언론계에 몸담았고, 이후 정치에 입문해 내리 국회의원 3선(16~18대)을 지낸 현역 중진의원으로 사회 각 분야에 폭넓은 인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 특히 전임 이재오 의원 장관에 비해 정치색이 옅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언론인 출신인 김효재 정무수석, 하금열 대통령실장을 연이어 발탁함으로써 정치색을 최대한 빼는데 노력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고 내정자는 당내 인사들과 두루 친분이 높다. 임기 1년여를 앞두고 그동안 현 정부가 추진한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 의원의 내정으로 임기 말 국정운영의 중심을 언론인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속도를 더하는 레임덕에 곳곳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청와대를 이탈하는 ‘일할 사람’이 빠지면서 추진력도 함께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이은 인사와 직제 개편으로 임기 말 진용을 갖춰진 셈”이라면서도 “하지만 핵심부서 부서장들이 대거 바뀌어 업무파악을 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전임자들이 지난 4년간 해놓은 일을 마무리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친박계로 헤쳐 모인 여의도 한나라당에 친이계인 고 의원이 얼마만큼 힘을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월 국회에서 남은 국방개혁 관련법과 약사법 등의 재추진은 여야는 물론 당청과의 불협화음으로 불투명한 상태다.

    친박계 한 의원은 고 내정자에 대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야권의 과반석 점령이 예상되는 총선에서 남은 것은 2월 국회뿐인데, 신임 특임장관이 현안을 모두 조율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여당과의 소통도 전무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 의원이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미디어법 통과에 주역을 맡았다는 점은 야권의 거센 저항도 예고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1차 관문이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은 “하필이면 언론환경을 초토화 시킨, 언론악법 날치기의 주역이었던 고흥길 의원인지 깊이 분노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문방위원장 시절 우황청심환 까지 먹어가며 날치기에 앞장선 분”이라며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길을 달려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은 고흥길 특임장관으로 화룡점정을 찍는 듯하다”고 비난했다.

    진보신당도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논평을 통해 “고 의원은 2009년 언론악법 정국에서 문방위원장을 맡아 날치기 직권상정을 주도해 국민으로부터 언론5적, 조중동 방송 5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라며 “이 대통령이 더 많은 국민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고흥길 카드’는 접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한 의원은 “청와대가 민생 돌보기 실패에 대한 국민적 반성도 없이 또 측근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청문회 통과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