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대남공작부서 요즘 일을 하지않고 있다.
      
    장진성     
     

  • 최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사, 노동신문, 대남전문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연일 우리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하다. 거의 단 하루도 쉬지 않는 그 비난들을 보면 통전부 출신인 내 눈에는 통전부가 지금 전혀 일을 하지 않는 듯하다. 한마디로 그 내용들에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단계성 접근이나 그에 맞는 고도의 심리적 전개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조직의 사명과 충성심을 격한 비난으로 대체하면서 시간만 열심히 때우고 있는 듯하다. 비록 가진 것 없어도, 그리고 군사적 도발로 일관하면서도 남북관계 주도로 최대한 경제적 이익을 챙길 줄 알았던 그 변화무쌍했던 과거의 통전부답지가 않다. 사실 통전부의 진짜 일하는 모습은 유연성이다. 왜? 북한의 원칙은 적과의 타협을 해서는 안 되니깐. 그래서 유연한 것이 이상하고, 이상한 것만큼 무엇인가 목적이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통전부가 절대 그럴 이유가 없다. 김정일 사후 북한은 많이 예민해있고, 또 권력불안 만큼이나 대외적으로 호전성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통전부의 기능들이 정상 가동된다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일 수가 없다.

     우선 공동사설 후속절차가 전혀 없다.
    북한의 올해 공동사설을 보면 통전부의 대남과업은 6.15선언, 즉 햇볕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12월 15일까지 북한 내 각 분야의 과업들이 모아지고, 그것을 근거로 노동신문 정론부에서 집필하는 관계로 김정일 생존 시 전략만 반영했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과 관련한 문구들은 그 이후에 편집됐다고 봐야 한다.

     공동사설은 “올해를 6.15공동선언의 실천 강령인 10.4선언발표 5돌이 되는 해”라고 명시했다. 더구나 올해 초부터 통전부는 많이 바빠야 한다. 남한의 대선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통전부의 대남전략에는 그 의도와 열정이 없다. 비난만 있지, 비난의 목적과 전략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통전부가 제대로 일을 한다면 6.15선언발표 5돌을 부각시키는 강온 이중전략을 벌써부터 추구했어야 한다.

     6.15를 부정하는 세력에게 강경입장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시민단체나 햇볕정책 지지인물에 대한 선별적 방북초청 차별화, 6.15기념 5돌 행사 제안, 우리 민족끼리 차원에서 벌이는 온갖 심리전, 남남갈등, 한미갈등 등 고립과 포섭의 양극을 끊임없이 넘나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통전부의 대남전략에는 하나의 목소리밖에 없다. “남한은 우리의 주적이다!”라는 중학교 교과서 수준의 적화입장 뿐이다.

     이는 북한 지도부에 대외정책결정 공백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감한 정권 교체 과도기 기간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어서이다. 김정일 생존 시에는 유일 권력이 있어 북한 간부들이 제의서로 모든 책임을 위에 떠넘기고, 그러한 자발적 권력포기로 대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의서를 만드는 자체가 스스로 책임지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북한 간부들은 체제원칙 범위 안에서 관행과 전통만 유지하려는 것이다.

     심지어는 대외입장 표명도 조심스러워졌다.
    28일 조선중앙통신이 조선국방위원회 경고문이란 것을 발표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민족의 대 국상 앞에 저지른 역적패당의 만고대죄와 관련하여 우리 당과 국가, 군대와 인민의 공동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원칙적 립장을 천명한다.”여서 유심히 보았더니 그 첫 번째 경고가 “이미 선포한대로 리명박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것이다.”였다. 두 번째가 보수언론에 대한 경고였다.

     이번에 우리 한미연합군의 서해 사격 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은 아직까지 개인논평 외 그 어떤 정부 공식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통전부가 평시의 경각심으로 대응한다면 해군사령부 성명, 국방위원회 성명, 최고사령부 성명으로 단계화시켜 끌어올렸겠는데 비난을 하면서도 기승전결이 없는 것이다.

     김정은에게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미지를 만들어주느라 핵심 간부들은 열심히 군 시찰을 따라 다니고, 그 무리에 속하지 못하는 권력층들은 불안에 떨고 있고, 그렇게 누구도 책임지려는 위인이 없는 권력공백 정권 안에서 북한의 간부들은 열심히 출근만 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