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작태, 공명정대해야 할 두 사람의 행동에 사심이 가득 배어 있어”
  •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일체의 공천 기득권 배제”를 선언했다.

    이에 발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박 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이상돈 위원은 이미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이런 일련의 한나라당 내부 기류를 감안하고 다른 비대위 위원들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당내 세력에 의한 조직적 저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초 9일 소집하기로 되어있던 의원총회를 박 위원장이 작의적으로 연기한 것도 자칫 현재의 비대위 활동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될 것을 우려한 탓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일련의 한나라당 내 움직임이나 비대위의 역할과 기능 등을 고려 할 때 한나라당은 최악의 경우 분당이라는 분열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대위의 역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구나 이미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일부 비대위원들의 경우 전력이 드러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전력에 문제가 있는 비대위원들이 만든 당 쇄신안을 과연 당원들이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 비대위의 역할은 당의 쇄신책을 만들되 반드시 한나라당 의총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더불어 한나라당 전국상임위의 추인 또한 받아야 한다. 결국 지금 비대위가 각종 쇄신책을 만들더라도 당내 공론의 장에서 격론을 불러 종래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지경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들은 너무 제왕적이다. 물론 당 쇄신의 가닥을 사전에 예고하는 정도는 수용될 수 있지만, 당내 주요인사의 인명을 나쁜 방향에서 직접 거명하는 등의 행태는 옳지 못하다. 이는 비대위원들의 정치성향 혹은 자질과도 직접 연계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 중심인물 두 명, 곧 김종인 전 장관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경우 그들의 전력이나 자질을 고려할 때, 정말 잘못된 인선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좌)와 김종인 전 장관 ⓒ연합뉴스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좌)와 김종인 전 장관 ⓒ연합뉴스

    이 외에도 비대위원들의 선정 경위가 밝혀지고 있고, 일부 위원의 경우 현재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다른 일을 통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곧 비대위원들의 전력에 대한 또 다른 내용의 발표가 뒤따를 것이다.

    현 정부의 정부 실패 뒤에는 고집스러운 이명박 대통령의 인선이 자리하고 있다. 소위 ‘고소영 내각’이라든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박 비대위원장의 인선 또한 이 같은 인선과 비유되고 있다.

    물론 비대위원을 선정 발표하면서 박 위원장은, 먼저 김종인 위원에 대해 “그의 전력과 함께 정파와 이념을 떠나 신망을 받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며, “한나라당의 정책과 노선을 새로 정립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상돈 교수의 경우 박 위원장은 “건강한 보수,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분이며 그 동안 우리 한나라당에 쓴 소리를 해주신 분인데, 정치와 한나라당이 올바른 길을 가는데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위원 선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이들 두 사람의 정치발언을 살펴보면, 박 위원장의 말과는 달리 모든 사람이 수용하기 어려운 정치적 행동을 보이는 등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즉 가장 공명정대해야 할 이 두 사람의 정치적 행동에 사심이 가득 배어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저들 두 위원의 모습을 보면, 큰 칼을 손에 든 ‘망나니’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만일 저들 두 위원의 행동이 현재처럼 쭉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은 분열이라는 패배의 길로 기여코 들어서고 말 것이다.

    김종인 위원의 발언처럼 당을 쇄신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실상 한나라당 비대위가 발족한 것도 그 같은 일을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나라당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자면, 당내 인적 쇄신과 함께 정책쇄신을 함께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김 위원의 말대로 당을 올바르게 쇄신하려면, 공명정대한 쇄신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현재 비대위는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다,

    그 기준을 만들 위원들이 아직 아무런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필요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발언이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 기자들과의 통화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정치적 행동은 사실 상 더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상돈 위원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당내 특정인을 지목해 정국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등 비합리적인 정치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두 비대위원은 당 쇄신책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준비된 듯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의 분열을 가속화 하는 등 비대위의 본래 목적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하겠다.
     
    사실 박 비대위원장은 원칙을 매우 중시한다. 그녀가 현재의 정치적 위상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원칙론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의 원칙론에서 ‘원칙’은 헌법에 나온다. 자세히 살펴보면 알 일이지만 박 비대위원이 정치인으로서 그 동안 해 온 말들을 살펴보면, 모두 헌법 및 헌법 정신에 기초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사람의 정치적 행동이 박 비대위원장의 원칙론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고 보면 이 두 비대위원은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할 비대위를 가장 비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구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두 비대위원은 국민의 눈과 마음을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고, 오로지 자기감정을 중시하는데 따라 시의(時宜) 또한 바르게 읽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짓고 있다,
     
    아무튼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는 비대위원이 이후 비대위에서 계속 활동하는 한, 한나라당의 쇄신은 물 건너가고, 당이 원하는 대국민 불신 또한 걷어 내지 못한다. 지금 당장 한나라당 비대위는 그 활동의 기준을 다시 설정하는 등 비대위의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당 쇄신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때 비로소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함께 이끌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