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스터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딴 김종인
  • 한나라당 정강-정책에서 ‘보수’ 문구를 삭제하자고 주장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독일 사회민주당(사민당·SPD)의 노선 투쟁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논란을 일으킨 김종인 위원은 독일의 뮌스터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딴 ‘유럽파’다. 그래서 김 위원이 1959년 ‘계급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 전환한 독일 사민당의 노선 투쟁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양호상 기자
    ▲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양호상 기자

    사민당은 1869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만든, 현존하는 독일의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자연히 출범 당시엔 노동자 계급의 정당을 표방했다.

    그러나 1945년에 시작된 ‘라인강의 기적’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사민당의 지지기반은 흔들리게 됐다. 이에 사민당은 격렬한 노선 투쟁 끝에 59년 ‘마르크스주의’란 표현을 삭제한 ‘고데스베르크강령’을 채택했다.

    기존의 노동운동 방식과 계급을 강조하는 방식으론 집권이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계급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후 사민당은 66년부터 82년까지 기독교민주당(기민당) 등과 연립내각을 구성했고, 98년 9월 다수당이 된 뒤 녹색당 등과 함께 슈뢰더(Schroder)를 총리로 하는 좌파연정을 구성했었다.

    방향은 정반대로의 변신이었지만 당시의 사민당이 현재의 한나라당처럼 ‘생존’을 고민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변신을 통해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사민당 모델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국외국어대 김면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래의 중심세력이 사라지면서 당의 정체성이 흐려지게 된 것이며 아직도 중도우파를 표방하는 기민당과의 차별성이 뭐냐 하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재대 유진숙(정치언론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은 지지층의 이념을 대변해야 하는 ‘존재의 이유’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집권이라는 ‘존재의 목적’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이념적 정체성이 단단한 상태에서 당원 확대를 지향하는 식의 외연 확대가 바람직하지 무조건 대중적 외연을 확대해선 정당 자체가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당이 변신을 하려면 이념에 수반하는 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남대 이진모(사학과) 교수는 “보수라는 글자만 지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경제·사회·복지 분야를 실제 어떻게 변화시킬지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