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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국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박희태 국회의장-여야 지도부들과 한미 FTA 비준 동안 처리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 청와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방식을 놓고 민주당이 여전히 당론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제안을 두고서도 강경파와 협상파는 여전히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현재 강경론은 당 지도부가 협상파는 수적 우위를 내세우고 있어 쉽사리 의견이 모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여전히 '선(先) ISD 폐기'라는 당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10ㆍ31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을 반복한 것인데다 재협상을 성사시키겠다는 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준 전에 재협상을 통해 ISD를 폐기하고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 순서"라며 "기본적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ISD를 독이 든 만두에 비유한 뒤 "일단 독만두를 먹고 3개월 후에 위장세척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건데 독을 빼고 먹어야지, 어떻게 독만두를 먹을 수 있느냐"며 "민주당의 당론을 바꿀 것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ISD 재협상을 언급한 것은) 이 대통령이나 미국이 한미FTA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요구는 ISD 재협상이 아닌 ISD 폐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상파는 이 대통령이 성의를 표시한 만큼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여야가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타협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협상파는 이날 조찬회동을 갖고 의총에서 최대한 발언에 나서 강경한 당내 분위기 반전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87명 의원의 과반인 45명이 자신들의 뜻에 동의했다고 판단, 무기명 비밀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은 "대통령의 제안을 민주당 대표의 요구에는 못 미치지만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며 "대승적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잘 보완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장선 사무총장도 "미흡하지만 진일보한 것으로 본다"며 "국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의회 지도자들이 좀더 노력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정치불신을 더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협상파는 대통령의 새 제안을 반영한 수정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일종의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즉시 ISD 논의를 시작하고 비준안 발효와 동시에 공식 재협상에 착수한다는 것이 골자다.
협상파인 김진표 원내대표는 "현 시점에서 어떤 선택이 진정 나라와 당을 위한 최선인가를 의총에서 묻고 총의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뉴스>는 미국 통상당국자가 이날 "협정 발효후 한미FTA 서비스ㆍ투자위원회에서 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해 협상파는 다소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