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
  •  지난 지자체 선거에 이어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20대와 30대에 참패하자, 보수우파 진영에서도 세대론을 조금씩 조금씩 거론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나라당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청춘콘서트의 짝퉁 격인 드림토크를 기획하여, 2030세대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수우파 진영의 2030 담론은 '호통'과 '아첨'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한민국이 공짜로 건국된 나라가 아닌데, 어찌 너희 젊은이들이 벌써부터 국민세금이나 빼먹으려 하느냐"는 호통과 그다지 재미도 없는 말장난 늘어놓고, 세금퍼주기식 정책만 내놓으면 2030세대의 표가 돌아올 거라는 '아첨' 말이다.

     일단 '아첨'은 아예 머리 속에서 지우는 게 좋다. '아첨'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표 얻을려는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는 게 너무 쉽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실책이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차라리 진정한 보수우파라면 반갑등록금 외치기 전에, 20대의 다수에 해당하는 사병 월급 현실화 방안이 훨씬 더 설득력있는 정책이었을 것이다. 오직 젊은 세대를 표로만 보니, 퍼주기 정책의 우선순위도 따지지 못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반면 '호통'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단지 20대와 30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 세대가 기여한 대한민국의 재정 중에서 등록금 내놓으라거나 취업준비자금 내놓으라 다그칠 자격은 없다.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으로 볼 때,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는 고령화 대책이 되어야 한다. 한정된 재정이라면 우선적으로 노령층을 배려한 뒤, 젊은 세대는 스스로 극복하면서 재정 확대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고령화 정책은 현존하는 모든 세대가 혜택을 볼 수 있으나, 청년 정책은 특정 세대 이하만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친노좌파와 보수우파, 2030세대를 모두 득표의 대상으로만 인식

     그 점에서 "어떻게 너희가 벌써부터 세금에 의존하려 하느냐"는 호통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 자격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20대와 30대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바로 마이크만 잡으면 '민중'을 내다팔면서도, 시간만 나면 골프장을 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총리 등 집권세력의 이중적 행태 탓이 컸다.

     반면 현 이명박 정부의 경우는 인사 한번 할 때마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 문제 등등이 비판받으며,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2030 세대에 대한 리더십을 상실해버렸다. 사회지도층의 원칙적인 삶이 인정받지 못하니 2030세대는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나라가 망하든 말든 일단 있는 것부터 나눠먹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호통'과 '아첨'은 2030세대를 오직 정책의 객체로만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한계가 있다. 또한 '청춘콘서트'이든 '드림토크'이든 무대의 주인공으로는 모두 40대 이상의 세대가 서면서, 2030세대를 객석으로 구분짓는 방식과도 똑같다. 좌파든 우파든 2030세대를 주체로 보지 않고, 호통을 치든 아첨을 하든 어쨋든 표의 객체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친노좌파 진영에서의 20대와 30대는 집회가 있으면 촛불 들고 나오고,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포털 뉴스든, 사회적 증오를 퍼붓는 댓글을 많이 게시만 하면 되는 군상으로 규정되어있다. 20대와 30대의 몰표를 이용해 집권하려는 친노좌파세력은 20대와 30대가 세대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 미래를 설계한다거나, 기존의 낡은 세대의 정책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를 원치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친노좌파 진영에서 20대와 30대를 대표하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사실 상 단 한 명도 없는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이들은 여전히 40대 이상의 기성 세대 정치인들이 짜놓은 판 안에서 표와 댓글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실존이 없는 노예의 삶과 같다.

     반면 보수우파진영에서 원하는 20대와 30대의 인물상은 과연 무엇일까? 주로 집회나 행사가 있으면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20대와 30대 청중을 부르는 데 혈안이다. 친노좌파 진영의 행사 때 가득 몰려오는 20대와 30대가 부러울 것이다. 그렇게 가끔 보수우파 진영의 행사에 참여해주고, 일상에서는 조용히 취업공부하고, 취업이 안 되면 개인의 능력 탓하며, 부모님 세대의 말 잘 듣는 순종적인 20대와 30대의 상을 머리 속에 넣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가권력을 쥐고 있는 보수우파 진영에서 정권의 임기가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20대와 30대의 삶과 현실에 대해 이토록 무관심할 리가 없다.

     2030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

     원래 우파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기본 가치이다. 이 두 가지의 사상은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면서도 바로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가의 가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며 희생하는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을 그 바탕으로 한다. 이는 순종적인 인간형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조직이 짜놓은 판에 절대적 충성을 하며 비판적 의식을 허용하지않는  좌파진영의 인물론보다 훨씬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인물상이어야 한다. 과연 보수우파진영에서 이러한 2030세대의 모습을 상정하고 있기나 할가.

     보수우파진영은 2030세대와 '호통'을 넘어서는 소통방식을 찾아야 한다. 바로 '책임'이다. 세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하라는 것이다. 등록금, 청년일자리 등등 2030세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지원자에 한해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대폭 열라는 것이다.

     인터넷에다 저주의 댓글이나 게시하며 특정 정치세력에 이용당할 시간에 무엇 하나라도 자신은 물론 세대 전체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개발하여, 현실 가능성 여부를 직접 타진해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미처 정부와 정치권이 놓친 것이라면 즉각 반영하고, 불가능하다면 왜 불가능한지 그 이유라도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래야 생떼를 쓰지 않는다. 

     향후 10년 뒤면 어차피 2030세대가 대한민국 통치할 수밖에 없는 비극

     386 이상 세대에는 이렇게 특별한 조치가 필요없었다. 386 이상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빠른 성장 시대를 살면서 조기에 정책 참여 기회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보다 안정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공론의 장의 참여 기회는 조금씩 사라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30세대가 국가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상실하며, 어리광이나 부리는 생떼 세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2030의 표를 노리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10년 후면 좋든 싫든 이렇게 어리광이나 부리는 세대가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통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임기 4년짜리 국회의원과 5년짜리 대통령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