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이 당선된다면 민주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이상으로 앞섰던 시점에서도 박원순의 민주당 입당은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박원순은 "이미 민주당 후보나 마찬가지"란 표현으로 거부한바 있다. 단순히, '지지율' 때문에 박원순이 이와같은 입장을 피력했다면 지금은 이미 민주당에 입당했어야 한다.

    아마, 박원순이 "내가 낙선하면 안철수도 타격받을 것"이라고 한 배경에는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며 "한나라당이던 민주당이던 입당치 말라"는 일종의 약속이 작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박원순은 안철수를 결코 타고 넘을 수 없을 것이기에 지원사격에 뜸을 들이는 안철수에 대한 섭섭함과 지원 종용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박원순이 당선된다면?

    민주당으로도, 국민으로도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제 3당의 출현이 신선한 바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야 '세금'은 관심밖이겠지만 일반 서울시민들은 큰 시름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시정을 돌보라고 공약을 지키라고 한 선택이었는데 정작 서울시장의 '관심'은 제 3당과 내년 대선에 가 있다면 어쩌겠는가? 이미 민주당 대표는 대표직을 버렸다가 억지로 주워달고 박원순 옆에 섰다. 박원순 당선의 공을 오롯이 챙기기 위해 대표직을 버렸건만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놓칠 리 없었던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심하게 흔들릴 테고 그 과정에서 박원순에게 올인하다시피한 과거 친노세력들이 박원순을 중심으로 노무현을 병풍삼아 당쪼개기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학규는 이미 박원순을 선택했으니 차기대권주자의 입지를 더욱 강하게 굳힐 테고, 이는 2012 '통합경선' 구도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시말해서, 박원순은 민주당에 입당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안철수도 마찬가지). 당선 후에도 논공행상 등 민주당 입당은 정치권의 '쟁점'이 된다. 이 과정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테며 결국 한지붕 두가족 형태로 당이 운영되다가 민주당은 결별수순을 밟게 될 거란 얘기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 작업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이보다 더 정치적일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한 계산 하에서 움직인 것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어떻겠는가? 이 과정.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이 끔찍한 과정을 '시민의 변화' '시대의 요구'로 포장해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하자고 할 것이다. 탄핵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는 이 상황. 물론, 모두 박원순이 당선 되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일명 '깜깜이선거'로 접어들었다. 즉, 누가 당선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안철수가 투표하는 모습만으로도, 박원순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효과를 누릴 수 있을 테고, 투표일 전에 어떤 형태로든 안철수는 박원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구걸정치까지 '기획'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근거도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다. 혼란을 '요구' 하는 세력들은 시민이 아니라 극히, 정치적인 사람들이며 그들은 혼란을 야기하기 전에 '변화'라는 포석을 깔게 마련이다. 투표일에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은 모두 서울시민의 책임이 된다.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변화라는 이름으로 포장 된 '혼란'인가? 국민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변하면 정치도 변하게 되어있다. 정치세력이 나서서 국민에게 '변화'를 강요하는 것 또한 분명한 '독재'다. 일부 시민단체와, 국민에게 신임받지 못하는 야권이 시대의 요구라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은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바로, '안정'이다.

    선거전문가들의 분석대로면 여전히 표심은 굳건해지지 않았다. 정치인의 노리개가 되느냐, 정치인의 꼼수를 심판하느냐 하는 것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핵심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이 최선 아니겠는가? 정치공학만 판치는 선거에 신물이 난다면 그것을 차단해야 한다. 민주당은 박원순에게 뒷통수를 맞고 끊임없이 혼란으로 빠져들게끔 되어있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구도가 틀렸다면 현재 상황에서 박원순이 민주당에 꼭 입당할 것이라는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해 달라.

    10월 26일, 역사는 분명히 되돌아서서 서울시민에게 물을 것이다. 그 때 너희들은 어떤 것을 선택하였느냐고. 혼란과 안정 중 무엇을 선택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