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궁궐'이라는 이름이 붙은 실험용 우주정거장을 29일 지구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림으로써 중국은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게 됐다.

    이처럼 우주 개발에서 중국이 큰 진전을 보여줌에 따라 항공모함 시험 운항, 스텔스 전투기 비행 성공 등과 맞물려 중국의 '대국 부상'은 국제 사회에서 더욱 뜨거운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921공정 '착착' = 톈궁(天宮)1호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중국은 우주 장기 체류라는 목표를 향해 가시적인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20년 전부터 이미 유인 우주개발을 3단계로 나눠 진행해왔다.

    1992년 9월 21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당시 장쩌민(江澤民) 총서기가 참여한 회의에서 '우주인을 우주로 보냈다가 귀환시키는 단계', '우주 공간에서 도킹 및 우주인의 중ㆍ단기 체류가 가능한 단계', '우주 장기 체류가 가능한 단계'로 구성된 '3단계 계획안'을 세웠다.

    회의 개최일을 기념해 중국의 유인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921공정(工程)'이라고 불린다.

    중국은 인류의 첫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배출한 옛 소련이나 달에 처음으로 닐 암스트롱을 보낸 미국에 비하면 유인 우주 개발에 늦게 뛰어들었다.

    중국은 2003년 첫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神舟)5호를 발사하면서 뒤늦은 추격을 시작했다.

    첫 우주 비행에 성공한 '국민 영웅' 양리웨이(楊利偉)를 배출한 이후 중국의 우주 개발은 국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속도전'을 거듭했다.

    2008년 중국은 선저우7호를 발사해 우주인을 우주선 밖 공간으로 내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921공정의 1단계를 마무리한 중국은 이제 톈궁1호의 발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2단계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톈궁1호는 길이 10.4m, 최대 직경 3.35m, 무게 8.5t으로 실험 모듈과 동력을 제공하는 2개의 모듈로 구성된다.

    '실험'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톈궁1호는 추후 발사될 우주선과의 도킹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으로 이곳에서 실험 및 우주인의 중ㆍ장기 체류는 이뤄지지 않는다.

    톈궁1호의 발사 성공에 따라 중국은 11월 1일 무인 우주선 선저우8호를 발사해 첫 도킹을 시도한다.

    첫 무인 도킹이 성공하면 중국은 이후 발사할 선저우9호, 선저우 10호에 우주인을 실제 태운 상태에서 도킹을 해보고 나아가 우주인이 우주선에서 톈궁1호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까지 시도할 계획이다.

    2년 후 톈궁1호가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떨어져 불타 사라지면 중국은 톈궁2호, 톈궁3호를 잇따라 다시 발사해 추가적인 우주정거장 운영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은 2016년께부터 정식 우주정거장 모듈을 우주로 차례로 쏘아 올려 2020년 무렵부터 미국,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별도의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 전방위 우주 프로젝트에 '화룡점정' = 중국은 달 및 화성 탐사, 위성위치정보시스템 구축 등 우주 개발의 거의 전 분야에서 최근 괄목할 성장을 거듭해왔다.

    따라서 이번 톈궁1호의 성공적 발사는 중국 우주개발 역사에 있어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1970년에야 겨우 첫 인공위성인 둥팡훙(東方紅)1호를 발사한 중국은 2004년부터 달 탐사 분야로 눈길을 돌렸다.

    중국은 수년의 준비 끝에 2007년 10월 최초의 달 탐사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달 표면 사진 등 각종 과학 자료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작년 건국 기념일인 10월 1일에는 두번째 달 탐사위성인 창어2호를 발사해 더욱 정교한 3차원 달 표면 영상자료 등을 확보했다.

    중국은 2012년에 무인 탐사선을 달에 먼저 착륙시키고 2017년께 달 토양과 암석을 회수하기로 하는 등 유인 달 탐사선 발사의 사전 단계를 밟고 있다.

    중국은 15년 안에 우주인 2∼3명을 달에 보냈다가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것을 다음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올해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면서 먼 우주 탐사에도 발을 들여놓는다.

    중국은 11월 러시아와 공동으로 첫 화성 탐사선인 잉훠(螢火.반딧불)를 발사할 예정이다. 화성까지 보낼 수 있는 로켓을 보유하지 못한 중국은 일단 러시아의 소유스 로켓에 자국이 개발한 잉훠 탐사선을 실어 보낸다.

    중국은 이와 별도로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2013년이면 자국 로켓을 이용해 추가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 밖에도 중국이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베이더우(北斗)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미국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망 기능을 하는 것으로 전 세계 범위에서 위성위치 확인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정지 궤도에 최소한 24개 이상의 인공위성을 올려놓아야 한다. 중국은 현재 9개까지 관련 위성을 쏘아 올렸다.

    중국은 2012년까지 우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베이더우 시스템을 가동하고 2020년에는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미국은 현재 GPS 위성망을 무상으로 전 세계에 제공하고 있으나 군사 및 국가 안보 전략상 미국에 계속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자체 위치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력 과시, 국민 통합 이벤트로 활용 = 중국은 톈궁1호의 발사를 통해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자국의 국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한편 국민의 자긍심을 한껏 고취하려는 모습이다.

    톈궁1호의 발사 시기를 건국 기념일인 10월 1일에 최대한 맞춰 잡은 데서도 이런 의도가 느껴진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주의 중국을 뜻하는 '신중국'의 건립 기념일에 맞춘 톈궁1호의 발사는 경축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축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 주류 매체들은 최근 들어 연일 톈궁1호의 발사 계획과 의의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고 시나닷컴, QQ닷컴 등 주요 포털도 특집 코너를 만들어 분위기 띄우기에 동참했다.

    중국은 작년 건국 기념일에도 두 번째 달 탐사 위성인 창어2호를 발사하면서 자국의 우주 과학 기술을 전 세계에 홍보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우주 기술의 도약상이 최근 부쩍 부상하는 '중국 경계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중국이 미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와 필적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젠(殲)-20(J-20)의 개발에 성공하고 동아시아의 첫 항공모함인 바랴그호의 시험 운항을 한 것은 태평양 국가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중국은 또한 해저 자원 확보전에 활용할 수 있는 심해 유인 잠수정 자오룽(蛟籠)호를 개발해 최근 해저 5천m까지 잠수시키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앞으로 우주 과학 분야에서의 괄목할 발전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지가 중국에는 하나의 숙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