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틀러' 별명답게 저돌적으로 정책 집행
  • ▲ 사임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 사임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최틀러'라는 별명답게 저돌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결국 옷을 벗게 됐다. 1월 28일에 취임했으니 8개월 만이다.

    그의 장관직을 단명으로 끝나게 한 일은 지난 15일 있었던 전국적 정전대란. 정전대란 자체가 초유의 일이었던 터라 이명박 대통령도 더는 최 장관을 끌어안지를 못했다. 업무를 수행하다 불거진 웬만한 구설수에는 야당의 공세에도 끄덕않던 이 대통령도 어쩔 수 없었던 셈이다.

    그만큼 이번 정전 대란이 품고 있던 구조적인 문제가 간단치 않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사태가 전력 수급 예측 실패와 관계 당국의 총체적 대응 부실 때문이었다는 데 문제가 컸다. 26일 발표된 정부 합동점검반의 보고서도 그 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 발표 뒤 최 장관은 27일 열린 국무회의 끝에 "여러가지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 정전 사태에 대한 최 장관 책임론은 사태 초반부터 제기됐다.

    예고 없는 단전과 수많은 피해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사퇴 공세는 거셌다. 더우기 이 대통령은 정전 이튿날 한국전력 본사를 찾아가 강하게 질책했다. "지경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사태 수습 후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자 최 장관은 지난 1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퇴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사태를 수습한 뒤 물러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비쳤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와 피해보상 접수가 마무리되는 내달 초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부합동점검반에서 정전 원인을 밝히면서 관계자 문책 방침을 재확인하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행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한 최 장관이 자신의 역할에 책임지고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을 맡았던 그는 원화 값이 뛰자 막대한 자금을 외환시장에 쏟아부으며 방어에 나섰다. 2005년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환율정책 라인에서 물러났다.

    이후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을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재정부 1차관으로 복귀했지만, 다시 고환율 정책 논란에 발목을 잡혀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후 필리핀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부활했고 지난 1월 지경부 장관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강한 소신과 특유의 업무 추진력 때문에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다. 지경부 장관 취임 이후에도 정유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는 등 공격적인 업무 추진 방식을 고수했다.

    또 '초과이익공유제'를 비롯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을 놓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대립하는 등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최 장관 특유의 강성 언행과 이로 인한 정치권과의 마찰이 경질론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