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서울시장, 내년 총-대선...물고 물리는 기싸움전초전은 오세훈시장 '사퇴 시점'...9월이냐 아니냐
  • 투표율 ‘25.7%’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끝내 33.3%를 넘어서지 못하고 무산되면서 정국이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쓰디쓴 패배를 맛본 여권은 적지 않은 충격에 휘청거릴 처지에 놓였다.

    정국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역학구도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주민투표 종료 직후 “이번 투표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실상 승리했다고 본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여권이 위기를 맞았다는데 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 차려진 주민투표 투ㆍ개표 상황실에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 차려진 주민투표 투ㆍ개표 상황실에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 사퇴 시기에 여야 ‘촉각’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장직 연계’ 선언이 정국에 몰고 올 파장은 만만치 않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수도 서울이라는 정치적 비중을 고려할 때 향후 총선과 대선구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오후 8시30분. 비록 오 시장이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퇴’는 이제 불가항력이다. 

    문제는 사퇴 시점이다. 오 시장이 언제 사퇴하느냐에 따라 보궐선거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오 시장이 9월30일까지 사퇴할 경우에는 오는 10월26일에, 그 이후에 사퇴하면 내년 4.11 총선과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여권 내부에서는 보궐선거 시기를 내년으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즉각 사퇴해 10월에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고 압박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당장 10월26일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면 지난 6.2 지방선거와 지난 4월 재보선 결과로 미뤄봤을 때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초비상이 걸리게 된다. 반면 야권은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이를 계기로 야권단일화 작업의 시발점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이 10월 이후에 사퇴를 하게 되면 한나라당은 조금이나마 부담의 짐을 덜게 된다. 인물-정책 대결보다 여야 대결구도가 이뤄지기 때문에 일단은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시간을 벌면서 거물급 인사를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민주당은 오는 9월 말까지 쉬지 않고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을 상대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원희룡-나경원-정두언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 박영선 의원, 이인영 최고위원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등 벌써부터 선거 정국으로 달아오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오 시장의 사퇴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는 내년 4월 총선의 승패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 후폭풍이 대선까지 이어지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을 차지하는 쪽이 총선을 우호적인 환경에서 치르고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내년 총선으로, 그리고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4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뒤 기자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4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뒤 기자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또 다시 휘청할까

    아울러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 모두 ‘선거 패배’라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전 지도부가 책임을 면치 못하고 사퇴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주민투표인 만큼 책임 수위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를 놓고 여권 내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한나라당이 내홍에 빠져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궐선거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경우 홍 대표의 입지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체적으로 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잃고,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말들도 있다.

    홍 대표는 후폭풍 우려에 “그런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쇄신파를 중심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 소장파 의원은 “최근 선거의 득표율에 해당하는 25% 투표율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당장 큰 분란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親朴)계의 소극적 지원 활동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어 또 다른 분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투표가 무산된 뒤 일부 의원들이 “박 전 대표가 잘못 생각했다고 본다. 주민투표를 지원하는 발언을 했어야 한다”고 성토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서울 시민이 판단하지 않겠느냐”라면서 이렇다 할 만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박 전 대표가 별다른 상처를 입을 게 없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여권 내 유동성이 커지면서 구도자체가 흔들려 결국 유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시장직을 건 오세훈 시장은 정치생명의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선 전사’를 자처한 만큼 여권 내 차차기 주자의 이미지를 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주민투표 무산의 여세를 몰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친서민 무상시리즈’를 더욱 강력히 밀어붙일 전망이다.

    이를 통해 ‘민주당=친서민’ 이미지를 부각, 총선과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저변을 확인했다. 한나라당은 복지에 대한 인식과 발상전환에 나서야 하며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민투표 사태가 ‘보편적 복지’를 총선과 대선의 화두로 부상시켰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내년에 치러질 양대 선거가 복지의 프레임 아래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 경우 또 다시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