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4 주민투표와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행보(行步)
    李東馥    
      
     오늘은 8.24 주민투표의 날이다. 오늘의 주민투표의 결과는 단순히 서울시내 각급 학교 급식문제의 향배를 결정하는 데 그칠 수 없다. 결국,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는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적 차원에서 내년에 있을 양대 선거의 판세를 결정해 주는 중요한 풍향계가 될 것이 틀림없다.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시민이 판단할 일”이라면서 방관적 입장을 취한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의원의 선택에는 분명하게 잘못이 있다. 한나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예비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이번 주민투표와 같은 중요한 정치적 선택 문제에 관해서는 “서울시민은 물론 전체 국민들이 올바르게 판단하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어쩌면 이미 타이밍을 놓쳤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오늘 주민투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라도, 주민투표에 대한 그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옳다.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 문제는 실제로 그 성패의 관건을 한나라당 당원들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의 한나라당 당원들이 정말 사생결단(死生決斷)의 심경으로 전력투구(全力投球)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이 “서울시민들이 판단할 일”이라는 요령부득한 둔사(遁辭)로 그의 분명한 입장을 은익(隱匿)해 버리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지지 당원들은 거기서 그릇된 신호를 받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 의원이 소극적인데 그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적극적일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령, 이번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성사되지 못할 경우 박근혜 의원은 그 같은 애매했던 태도와 입장 때문에 사후에 책임 논란에 휘말릴 뿐 아니라 그 때문에 당내에서의 대권후보 지명 경쟁에서도 부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고 있다.
     
     모쪼록 박근혜 의원으로부터 오늘 오전 중에라도 주민투표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기를 바란다. 적어도 서울시민들의, 아니 그보다도 한나라당 당원들과 그 가족들의, 투표 참가를 격려하기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동안 특히 이번 주민투표 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 의원이 당내에서의 대권후보 지명 경쟁의 틀 속에서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것은 박 의원을 위하여 다행한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아주 늦기 전에 박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간곡하게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