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원천무효이다.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박경귀(행정학 박사)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계약을 통해 국가가 생성됨을 보여주었다. 사회계약의 구체적 구현 수단이 바로 법체계이다. ‘법의 지배의 원리’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최후의 보루이다.
-
- ▲ 토마스 홉스의 명저 <리비이어던>의 책 표지.
이런 국가의 법체계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헌법과 제반 법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으로 나름의 역할과 위계가 구분되어 설정된다. 그럼에도 ‘법에 대한 법의 투쟁(The war of law against law)’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입법자와 집행자간 의도와 해석의 상충으로 ‘법과 법의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법과 법의 충돌’은 1차적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정리되어야 하고, 그마져도 불가능하다면 궁극적인 입법의 주인인 국민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시의회가 공포한 전면 무상급식 조례에 대해 서울시가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충돌의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법의 충돌’에 대한 법리적 해석과는 별개로 무상급식의 ‘정책 방향의 충돌’을 시민에게 직접 물어보는 주민투표가 8.24일 실시된다.
이에 궁극적 입법권자인 국민은 이번 갈등을 촉발한 전면 무상급식 조례의 불법성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조례가 합법적이고, 오히려 주민투표가 불법이라고 기만하는 무지와 오만에 가득찬 집단의 선동으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시 전면 무상급식 관련 조례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파기하였고, 정책형성과정의 정당성이 없으며, 상위법령에 위배하여 집행자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부당한 조례로써 원천무효’임을 주장한다.
조례의 내용을 확인해 보시라. 법제처 홈페이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 ‘서울특별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는 ’서울특별시내 학교 등에 무상급식 실시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함(제1조)‘을 목적으로 2011년 1월 6일 시장이 아닌 시의회의장에 의해 공포 제정되었다.
이 조례가 원천무효인 이유는 입법과정이 비민주적이고 부당하며, 입법 내용이 위법적이기 때문이다. 원천무효인 7가지 이유이다. 무상급식의 의미 그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의하지 않는다.
첫째,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다수결의 횡포로 태어났다. 태생이 반민주적이며, 민주정치의 원리와 도의에 어긋나 부당하다.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3/4을 점하고 있는 여소야대 형국이다. 야당의 의도대로 어떤 안건이라도 의결할 수 있는 권력을 갖췄다. 쓸 수 있는 권력을 절제할 줄 아는 게 민주적 태도이며, 정치적 도의에도 맞다. 소수를 억압하고 힘의 논리로 밀어붙인 결과물이 바로 전면 무상급식 조례이다. 결국 시의회의 불법적 조례 제정에 반발하여 오세훈 서울시장의 장기간 의회불출석이라는 맞대응을 불러오지 않았던가?
이렇듯 지자체 수장과 지방의회 다수의원의 당적이 다를 경우 갖가지 정책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지방행정의 혼란과 표류가 심화된다. 작년 6.27 지방선거 결과 이런 양태가 이미 예견되어 있던 셈이다.
서울시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국가 법체계의 위계와 역할의 한계를 무시한 반민주적 행태로서 ‘다수결의 힘’으로 어떤 조례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지방의회의 오만과 무지가 빚어낸 지방행정사에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치욕스런 일이다. 위법한 조례 제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 소속 78명의 시의원 전원의 발의와 의결, 시장의 재의요구의 묵살, 시의회의 재의결, 의장의 조례 공포라는 일련의 폭거를 3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자행했다.
둘째,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여 정책형성과정의 합리성과 정당성이 없다.
지자체이든 국가이든 어떤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취지와 방향, 정책의 내용에 대해 사회적 소망성(social desirability)과 재정적 실현가능성(financial feasibility)을 합리적으로 비교 분석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시민, 전문가, 관계부처, 의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입법화해야 정책집행으로 실행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수도로서 전국지자체의 준거가 될 뿐만 아니라, 작년 6.27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주도로 시작된 무상복지 포퓰리즘이 이제 여야 구분 없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국가의 복지정책의 방향성에 중요한 지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의회는 “밥 한끼로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를 나누려하느냐“식의 감성적 선동에 앞서 교육과 복지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항구적으로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작년 6.27 지방선거에서 ‘무상복지 시리즈’ 포퓰리즘으로 승리한 도취감에 취한 민주당 시의원들과 곽노현 교육감이 담합하여 전 시민의 민의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무상복지 일변도의 정당지침을 구현하기 위해 부당한 내용의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정당성을 상실했다. 무상급식에 대한 조바심과 과욕이 빚어낸 불행한 사태이다.
셋째,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지방자치법에 규정한 교육감 고유업무까지 하위조례로 시장에게 강제하고 있어 위법하다.
지방자치법 및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등에 교육·보건·급식 업무가 교육감 업무임을 명시하고 있고, 특히 학교급식법 제3조에 ‘학교급식계획 수립·시행’의 ‘의무(하여야 한다)‘를 교육감에게 부과하고 있다. 다만 학교급식법 제8조 제4항에서 지자체장은 ’학교 급식에 품질이 우수한 농산물 사용 등 급식의 질 향상과 급식시설·설비의 확충을 위하여 식품비 및 시설·설비비 등 급식에 관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제9조에서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재량권(할 수 있다)’을 명시함으로써 지자체의 급식 지원을 권장하고 있다.
위법의 핵심은 상위법에 재량행위로 규정된 ‘급식에 관한 경비 지원’의 범위를 초월하여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무상급식 조례에 서울시장은 학교급식 프로그램 운영 지원, 급식지원센터 설비 확충 개선, 급식지원센터 운영의 지도·감독, 친환경 농·수·축산물 생산지역의 선정 등에 대한 계획을 7월말까지 수립하여 교육감에 통보하고 시의회에 보고하라고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이다. 시장에게 구체적인 의무로 부과한 내용이 무려 10개항이나 된다.서울시장이 지방행정의 수장인지, 교육행정의 수장인지 분간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급식 경비 지원을 넘어서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을 서울시장이 모두 수립해서 보고하고, 평가까지 하겠다는 황당한 입법에 기가 막힌다. 나아가 모든 사항에 대해 교육감 및 구청장과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기도 하다. 절대 다수인 민주당 소속 구청장과, 교육감의 힘을 합세하여 시장을 옥죄겠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
서울시장이 학교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교육감은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가? 서울시장이 급식지원센터의 설치 및 감독권이 있는가? 무슨 권한으로 서울시장이 급식 자재 생산지역을 선정한단 말인가? 지자체장의 권한은 학교급식법의 규정대로 ‘급식에 관한 경비 지원’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을 수립해야 할 (법적 의무가 아닌) 포괄적인 행정적 책무가 있다. 하지만 이를 넘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조항으로 학교 급식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제반 업무의 계획 수립, 집행, 평가를 강제하는 것은 당연히 위법하다.
경기도 무상급식 관련 조례의 경우 ‘무상 학교급식 지원에 소요되는 재원조달 방안’과 ‘우수 농·수·축산물 생산자 또는 생산자 단체의 참여방안’을 수립하라는 단 2개항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서울시 조례의 위법성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타 시도의 경우에도 이렇듯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했기에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학교급식법의 기본적인 입법취지는 학교 급식 업무에 관한 한 교육감이 주인이요, 지자체장은 조력자임이 명확관화하다. 법령에서 설정된 자신의 권한을 일탈해서도 남의 권한을 침해해서도 아니 된다. 결국 곽노현 교육감과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야합으로 서울시교육청의 고유업무를 몽땅 서울시로 강제로 떠맡긴 셈이다.
설사 자연인 오세훈이 개인의 선의로 그 업무를 받고 싶다고 하더라도, 서울시장으로서의 오세훈은 도저히 받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모든 위법부당한 조례의 내용대로 법적, 행정적, 재정적 책무가 서울시 행정체제 속에서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옛말에 ‘남의 집 제사상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얘기가 있는데, 이 정도는 애교이다. 서울시 조례 제정 내용은 ‘우리 집 제사 내가 시키는 대로 네가 준비해서 지내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일이니 말이다.
더구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학교급식은 교육청 소관업무이므로 서울시의 주민투표 실시는 위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그렇다면 자신의 소관업무를 서울시장에게 강제한 조례가 불법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이런 이율배반적 행위는 무지의 소치일까? 후한무치일까?넷째,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무상급식만을 규정하고 그 대상도 임의로 확대지정함으로써 시장의 급식지원에 대한 판단과 재량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
조례 제4조에서 무상급식 지원대상으로 학교급식법·유아교육법·영유아보육법상의 학교, 그 밖에 시장, 교육감이 인정하는 시설로 규정하여, 결국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공민학교, 고등학교, 고등기술학교, 특수학교, 각종학교 등 전 유형의 학교로까지 무상급식 지원 대상을 확대 명문화하였다. 경기도 조례가 개별적 법조항상의 초등학교·공민학교, 중학교·고등공민학교로 한정한 것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급식 지원 업무가 ‘의무’가 아닌 ‘재량’인 이상, 지원자인 시장이 재원조달의 가능성을 감안하여 그 지원 대상과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광범위하게 지원 대상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재량권을 침해한 위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섯째,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시장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
학교급식법의 규정대로 ‘급식에 관한 경비 지원’의 권장적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지방자치법 제9조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예산편성권한에 의거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지급 경비의 대상과 범위를 확정하면 된다. 그럼에도 조례 제5조는 급식지원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급식경비를 지원하도록 시장에게 강제함으로써 시장의 자유로운 예산편성권을 침해하여 위법한 것이다.
결국 시장의 지원 의지를 믿을 수 없으니, 20명 이내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를 장악한 후 여기서 의결한대로 시장에게 이행을 강제하는 구도를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독임제 시장의 권한을 위원회가 찬탈하여 위법하다.
급식 지원에 대한 정책의 심의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를 두는 것 자체는 하등 문제가 안 된다. 광역지자체 중 경기, 제주, 전남은 위원회를 두지도 않았고, 광주, 전북, 충북의 경우 심의위원회를 두었으나, 일상의 포괄적인 지원 시책 심의 기능을 두었을 뿐 광역지자체장의 예산편성권을 전혀 침해하지 않았다.
여섯째,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법적 근거가 없는 급식지원센터라는 행정기구의 신설을 강제하고 있어 지방자치법 제9조에 의한 시장의 조직관리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
급식지원센터의 설치·운영은 학교급식법에 의거 급식업무를 소관업무로 하는 교육감의 고유기능에 속한다. ‘급식에 관한 경비의 지원’을 하는 시장이 별도의 행정기구를 신설하여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은 교육감의 고유권한의 침해이다. 나아가 예산 지원과 관련된 특정한 부문의 부분적 직무 수행을 위해 별도 기구를 만든다는 것도 조직 슬림화와 효율적 조직 관리 차원에서 불합리하다.
더군다나 급식지원센터의 운영은 이미 제3조에서 서울시장이 수행토록 강제규정한 10개 항목의 각종 학교급식의 지원 계획의 수립, 집행, 평가 업무를 전반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수반되는 행정조직으로서, 이미 이 업무들이 종합적인 급식 집행업무로써 교육감이 수행해야 할 소관 고유기능인 이상, 시장에게 전가한 것은 당연히 위법부당하다. 더군다나 이를 강제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일곱 번째, 전면 무상급식 조례의 위법성의 백미는 부칙에서 무상급식 시행시기를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시행’토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이 조례의 내용이 위법으로 가득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 대상과 시기에 ‘대못을 박음’으로써 시장의 '급식에 관한 경비 지원‘의 재량행위를 기속행위로 구속하여, 시장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 조례대로라면 시장은 불문곡직하고 당장 올해부터 초등학교 전학년 전면 부상 급식비를 편성 지원해야 할 판이다.
더구나 급식 지원 대상과 시기의 문제는 재원 조달의 차원을 넘어선다.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하는 교육 및 복지정책의 방향의 정립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종합적인 경영권자인 서울시장의 정책결정 및 집행권을 심하게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부칙의 강제규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정책들과의 우선순위 재조정, 중장기 재정계획의 수정 및 금년 예산의 재조정 등 시정운영의 방향과 시책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시민적 공감과 합의를 얻어내기 위한 정책 설명 및 의견 수렴, 동의 절차 등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합리적 정책 집행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
- ▲ 박경귀원장ⓒ
다시 결론을 내려도 서울시 전면 무상급식 조례는 명백하게 위법부당하여 원천무효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무법적인 누더기 조례를 만들 수 있는지, 곽노현 교육감과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의원들의 무지와 횡포, 정치적 꼼수에 분노하지 않을 시민이 어디 있겠는가? 지방행정사에서 반드시 잊지 말고 기억해 두어야 할 분들이다.
이번 주민투표에까지 이른 근본 원인제공과 책임은 원천무효인 조례를 반민주적, 불법적으로 제정한 곽노현 교육감과 민주당 소속 시의원 78명 전원에게 우선적으로 있다. 서울시민은 이들 모두가 분담하여 주민투표 소요예산 182억원을 배상토록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하여야 한다.
서울시 전면 무상급식 조례 재의결 무효확인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엄격하고 합리적 법리해석과 판단으로 참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정립해주길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