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성출판사 현대사 교과서 고쳐라”

      “금성출판사의 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라고 한 교과부의 조치는 적법했다.” 서울고법의 판시(判示)였다. 대법원이 또 어떻게 판결할지 주목되지만 차제에 교과서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 아닌 학술서적이라면 집필자 개인의 시각을 얼마든지 표출해도 그에 대한 반론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책의 내용을 고쳐서 다시 출판하라고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교과서의 경우는 다르다. 특히 역사를 포함하는 사회과 목 교과서의 경우는 특히 더 달라야 한다. 거기엔 2세 국민의 공교육을 책임진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 이게 서울고법 판시의 핵심일 것이다.

      미국 대학 초급 사회학 교과서를 보면 서술방법이 아주 객관적이다. 모든 주제들에 관해 꼭 세 가지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갈등이론(좌파), 구조기능주의 관점(우파), 그리고 인류학적 관점의 세 가지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보는 방법’에 따라 주제를 설명해 주되 집필자 개인의 주관을 결코 먹여주려 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소개는 시켜주되 어느 한 쪽으로 빠지도록 유도하지는 않는다.

      이런 게 사회 교과서 기술의 모델이라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 교과서는 이런 바탕 위에서 대한민국의 성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빛뿐만 아니라 그림자도 있었음을 숨길 필요가 없다.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만약 그림자를 부각시키면서 빛은 깎아내렸다면 그건 ‘좌편향’ 이전에 교과서로서의 기본을 저버린 ‘주관적 편향’이다. ‘주관적 편향’을 정히 하고 싶다면 교과서 아닌 개인 연구서로 출판할 일이다.

      왜 금성출판사 교과서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가? 이념투쟁 때문이다. 그 투쟁의 장(場)을 청소년들의 머릿속과 마음속에까지 가져가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건 안 된다. 그건 공교육 아닌 세뇌(洗腦) 행위다. 이를 지적하는 것을 “우편향’으로 가려는 기도”라고 일부는 말한다. 그렇지 않다. 금성출판사 현대사 기술을 비판하는 것은 사실과 진실을 자기 입맛대로 스핀(spin, 홍보전문가들이 뉴스를 자기 필요에 따라 편집하는 행위)해선 안 된다고 하는 지적일 뿐이다. 사실과 진실만 드러내면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긍지는 저절로 울어나게 돼 있다. 이게 싫어서 그러는가?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