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내놓은 ‘0∼4세 전면 무상보육’을 놓고 당내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처음 당 지도부는 황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리둥절해 했지만 야당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논란이 된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황우여, 취임 100일 맞아 폭탄발언
황 원내대표는 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아교육을 의무교육 개념에 준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산 문제 해소 등을 위해 전면 무상 보육·교육 대상을 출산 직후인 ‘0세부터’ 시작해 전 연령의 영·유아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0∼4세 중 재정형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급적 많은 재원을 마련해 0세부터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에서 무상보육을 0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대해 영유아 보육 지원을 하고 있고, 내년부터 만 5세 어린이 교육을 사실상 의무교육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0세에 대한 전면 무상 보육은 시급하다. 세계 최소 출생률이 이어진다면 국가 존립의 문제가 되므로 소득 상위 30%를 포함해 영유아 교육·보육을 국가 책임 하에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0∼4세 모든 유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되, 우선 내년에 0세부터 하고 그 후에 1세, 2세, 3세로 확충하는게 옳은 방향이며 이렇게 되면 늦어도 3∼4년 내 영유아 교육·보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재원 대책 문제와 관련해선 당 여의도연구소에 종합연구를 의뢰, 조만간 당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금급식 반대 주민투표까지 하는 마당에 느닷없어
그러자 당내에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는 황 원내대표의 ‘무상보육’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이틀째다.
일부 의원은 “이슈 선점 효과는 있지만 지금 논의할 경우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전면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해 주민투표까지 하는 마당에 느닷없이 ‘무상보육’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논리적으로 어색하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일단은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당력을 집중하고 이후에나 무상보육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당 정책위원장을 지낸 심재철 의원은 이날 “황 원내대표가 포퓰리즘 1탄인 반값등록금 문제를 아직도 정리 못해 어지러운데 다시 2탄을 터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무상보육은 되는데 왜 무상급식은 안되느냐고 나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야당과의 최일선 대척점에 있는 원내대표가 말도 안되는 정책을 내세워 혼선을 일으키고 ‘야당 따라하기’를 하는 것은 (원내대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발언의 즉각 취소를 요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급식과 의료는 선택적·보충적 복지이지만 보육·교육은 일반적이고 전면적인 국가의 책무에 속한다”고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 ▲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직자들이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복지 포퓰리즘 반대하면서 다른 쪽에서 무상복지 내세우나
야권의 비판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무상보육 발표가 반값등록금 논란처럼 말뿐인 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설익은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전에 내부 논의와 합의부터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상보육을 주장하면서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망국적이라고 폄하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저지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며 진정 무상보육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무상급식 반대투표를 철회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당정 조율은 고사하고 당내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개인의견을 내질렀다”면서 황 원내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그는 “반값 등록금으로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재미가 들린 모양인데 복지 포퓰리즘에 반대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무상복지를 내세우고 있어 집권여당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지난해 복지예산을 날치기 삭감한 한나라당의 무상보육 주장은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