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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의'와 `모의축조심의'가 완료됨에 따라 공은 이제 백악관으로 넘어갔다. 한미FTA 이행법안을 언제, 어떤 내용으로 제출하느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셈이다.
상.하원의 모의축조심의 과정에서 한미FTA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비춰 한미FTA 이행법안만 단일안건으로 심의가 진행될 경우 일사천리로 비준동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8월6일부터 미 의회가 한달여의 여름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한미 FTA 비준동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백악관의 이행법안 제출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오바바 대통령이 무역협정으로 인한 실직 노동자 구제책인 무역조정지원(TAA) 프로그램 연장안을 FTA 비준과 연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고, 이에 공화당이 반발하면서 `장애물'이 조성된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저항하는 상황에서 한미FTA 이행법안과 TAA를 연계한 패키지 법안이라는 강수를 던질지가 한미 FTA의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이다.
FTA 주무 상임위인 상원 재무위와 하원 세입위는 7일 각각 모의 축조심의를 완료했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 재무위는 공화당의 반대속에 TAA 연장안이 포함된 FTA 법안 초안을 통과시킨 반면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 세입위는 TAA 연장안이 포함되지 않은 FTA안을 가결했다.
양쪽 위원회가 서로 다른 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물론 모의 축조심의과정에서 가결된 안은 구속력이 없다. 행정부가 의회의 의견을 참고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반영하면 된다.
하지만 백악관은 의회에 정식으로 제출할 이행법안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할 때 상.하원의 순조로운 표결 환경 조성을 위해 모의 축조심의때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백악관은 일찌감치 TAA 연장이 전제되지 않는 한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공화당이 FTA에 전폭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인 만큼 '연계전략'을 통해 TAA 연장안까지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 이행법안에 TAA 연장안을 포함시킨 패키지 법안으로 이행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TAA 연장안을 부결시키려면 FTA 법안까지 부결시켜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공화당이 떠안도록 하겠다는 초강수이다.
하지만 이 경우 극단적인 정치적 충돌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절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달말 백악관과의 막후협상을 통해 TAA 연장에 사실상 동의한 공화당 데이비드 캠프 하원 세입위원장은 이날 "TAA 연장안은 FTA 이행법안과 별개로 논의.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TAA 연장안을 궁극적으론 통과시켜주겠지만, FTA 이행법안과는 별도로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자는 것이다. TAA 연장안의 내용은 물론 처리절차에까지 강경한 반대 태도를 취하는 상원 공화당의 입장을 고려한 절충안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TAA 연장안 처리에 대한 정치적 약속만 담보된다면 한미 FTA 이행법안을 TAA 프로그램과 분리시켜 제출할 수도 있다.
상원 공화당도 수억달러 가량인 TAA 지출 예산때문에 조지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합의한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는 모순을 피하는 정치적 명분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를 고리로 백악관은 한미 FTA 이행법안 제출전까지 공화당과 막후 절충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절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미FTA 이행법안의 내용과 제출시기도 좌우될 전망이다.
TAA는 예산투입을 동반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FTA.TAA 문제 절충은 백악관과 상.하원 지도부가 매달리고 있는 국채상한 증액협상을 계기로 한 재정적자 해법협상과도 큰 틀에서 맞물려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원과 상원의 FTA 이행법안 심의절차에 각각 최소 1주일과 2주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8월 휴회전 비준동의를 위해서는 한미 FTA 이행법안은 내주(7월11∼15일)에는 의회에 제출돼야 한다.
하원 회기 일정상 7월18일∼22일 주간이 휴회로 잡혀있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물론 재정적자 감축협상때문에 의회가 7월4일 독립기념일 휴회를 반납했던 점에 비춰 이번 휴회도 재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