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 희생 막고 `홀로 사퇴' 작심한 듯 본회의 통과후 결심 굳혀, 내달 4일 거취표명
  • 김준규 검찰총장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된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며 자진해서 사퇴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 총장은 이날 한찬식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합의와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합의가 깨지거나 약속이 안 지켜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전날 밤에도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예고했지만 직접적으로 `책임'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어 "특히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사람들 간의 합의가 안 지켜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합의가 이행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대검과 일선 검사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재는 국가를 대표해서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다음 주 월요일(내달 4일) 구체적인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김 총장이 정부의 조율로 검찰과 경찰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을 국회가 일방적으로 수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서명한 합의안을 끝까지 방어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장은 전날 `국회 법사위의 의결은 관계부처 장관과 검·경 양 기관 수장이 상호 의사를 존중해 서명까지 마친 정부 합의안을 번복한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 수정안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되자 스스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총장은 전날 밤 대검 참모진과의 심야회동에서도 `거취를 이미 정했다'는 입장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극한 대립하던 검찰과 경찰은 진통 끝에 지난 20일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국회 법사위가 지난 28일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수정한 여야 절충안을 의결하자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김 총장의 사퇴 시사 발언에는 참모진의 집단 사의표명을 비롯해 조직의 불필요한 희생을 막기 위해 검찰 수장으로서 결단을 내렸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김 총장은 전날 수사권 조정 협상을 주도한 홍만표 기획조정부장을 비롯해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신종대 공안부장, 조영곤 강력부장(형사부장 겸임), 정병두 공판송무부 등 5명의 대검 지도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자 "참모진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며 적극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의안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하며 검찰 일각에서 제기된 지도부 책임론을 자신의 사퇴로 불식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태 추이가 이렇게 전개됨에 따라 김 총장이 대검 참모진의 사의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고 홀로 사퇴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