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까지 계파활동 금지, 공천에 반영“MB와 매일 만나서라도 당청 조율하겠다”
  • 시종일관 화통한 답변을 보니 영락없는 홍반장이다. 거리낌 없는 말투, 잘못된 점은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 괜히 홍준표 의원에게 이러한 별명이 붙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소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선이 굵은 이미지를 예상하며 인터뷰에 나섰지만 50분 내내 유쾌하고 온화한 모습이었다. 

    다소 민감한 질문이 나오자 담배를 꺼내 물거나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지만 딱딱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22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홍 의원은 단호한 어조로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이명박 대통령과 1일 회동을 해서라도 당청이 엇갈리지 않도록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당청 관계가 눈에 띄게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라도 의견을 교환해 당청이 엇갈리지 않도록 사전조율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례회동이 아니라 매일 회동을 해서라도 당청이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당청이 지금처럼 어긋나면 정부-여당이 붕괴하기 때문에 모든 정책을 사전에 조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홍 의원은 “사실 이 대통령과의 인간관계만 놓고 따지면 제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 - 본인이 갖고 있는 최대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당하다는 것이다. 살아온 것도 당당하고 부패와 스캔들로부터 자유롭다. 검사 시절, 정의롭게 살았고 한나라당에 들어와서는 당을 위해 헌신했다. 이미지만 가꾸고 화장만 하는 당원 생활을 하지 않았다.

    이미지를 버리고 당을 위한 전사가 됐다. 저격수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뒤집어 썼다. 저도 제대로 분칠하고 이미지를 가꿨다면 대통령 후보가 벌써 됐을 것이다.

    그래서 당당하다. 이번에 전당대회 구호도 ‘당당한 한나라당 만들겠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다.

    - 왜 대권이 아닌 당권을 선택했나

    (다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년 총선을 이끌고 갈 사람이 보인다면 대선 후보로 뛰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는데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내줘야 한다는 위기에 봉착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국으로 진입해야 하기 위해선 한나라당이 상당기간 더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보다 총선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내년 선거는 야당과의 전쟁이다. 전쟁에는 경험 많은 장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선으로 가는 길을 우회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대선 후보가 많으니 경선에서 뽑힌 후보를 밀어주고 다음을 한번 기약해보기로 했다.

    - 다음을 기약한다면...차차기 대선에 나선다는 뜻인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다.

    - 친박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유승민 의원과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말 속에 뼈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이번에 하고자 하는 것은 당 대표다. 다른 후보들처럼 최고위원 하겠다고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계파하고만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온 후보 6명 전부가 연대의 대상이다. 전대에 출마한 6명 후보가 모두 훌륭하다. 모두 연대해 당을 이끌겠다.

    - 너무 친박계 쪽으로 기울면 친이계 쪽에서 서운해 하지 않겠는가

    (그가 몸을 기자 쪽으로 바짝 붙이며 말을 꺼낸다.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다.) 제가 ‘박근혜의 보완재’라고 말했던 의미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대권주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느 특정인을 염두하고 한 말은 아니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말한 것은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박 전 대표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친이계 핵심 일부 의원들은 저를 반대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친박-친이-소장파 대부분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고 저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현재 출마한 후보 중 누구와 가장 뜻이 맞는다고 생각하나

    6명 다 훌륭한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다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분이다. (후보간 논쟁을 최소화하고 싶어 하는 의도가 읽힌다.)

    - 다른 후보들은 젊은 대표론을 내세운다. 사실 그들에 비해 젊은 세대라고 할 수 없지 않나

    많은 후보들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YS-DJ-토니 블레어-캐머런 등의 예를 드는데, YS와 DJ는 20대에 정계에 입문해 2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블레어와 캐머런은 10대 후반에 정계에 발을 들여 20년 지난 후에 국정경험 쌓기 시작했다.

    현재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분들은 대부분 국정 경험이 부족하다. 정치 경력이 안 되는 것이다. 사실 제가 당대표가 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이후 최연소를 기록하게 된다.

    지금 전대 나온 후보 대부분이 40~50대라는 것도 한나라당에 있어서는 충격이다. 제가 57세인데 현재 후보 중 가장 연장자 사실 자체도 한나라당으로서는 충격이다. (답변의 길이만큼 정치경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 당내 ‘친이-친박’이라는 계파가 현존하는데 화합이 중요하지 않나

    (비장한 표정으로) 이제는 화합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화합의 문제는 이미 물 건너갔다. 계파 활동에 치우치면 총선에서 생존할 수 없다. 계파 정치로 민생과 멀어진 뒤 이제와 화합을 운운하는 것은 사치다.

    당 대표가 되면 총선 전까지 계파 활동을 금지시키겠다. 계파 활동에 치중한다면 공천에 반영하겠다. 계파 활동을 하고 싶다면 대선 경선 때 각 후보 진영에서 하는 것이 맞다.

    -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공천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공천 제도가 잘못돼 공천 개혁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위원장 시절 마련한 현행 당헌-당규에 규정된 상향식 공천으로 충분하다. 다만 이 제도를 적절히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일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어떻게 보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만 시행되는 실험적 제도다.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 수도권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승리를 위한 대책은

    앞으로 예정된 전당대회 토론 과정에서 얘기 하겠다.

    - 원희룡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총선 불출마 선언했는데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높이 산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정치 이벤트로 오해받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 의원을 비판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거론하지는 않겠다는 눈치다.)

    -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전직 지도부로서 책임론 시비가 있다.

    포괄적인 책임론은 받아들인다. 하지만 최고위원은 조언자일 뿐이다. 사실상 당대표와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당이 돌아간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것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차-포 떼고 장기 둘 수 있나.

    - 당 원내지도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 추진, 어떻게 보나

    정치적 슬로건이다. 등록금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등록금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 그러면서 사학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등록금으로 장사하고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그런 사학에는 국가 세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견해는

    “저축은행 사태는 정책의 실패에서 출발했다. 과거 정권의 정책실패와 부정과 비리가 현 정권의 감시 및 감독 부실로 이어졌다. 일부 인사의 부정비리로 ‘오버랩’ 되기도 했다.

    저축은행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관련 인사를 색출해서 응당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쯤되자 홍 의원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묻어났다. 연일 밤낮으로 이어지는 선거 운동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가장 묻고 싶었던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모래시계 검사로서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사태’를 어떻게 보나

    (그는 아무리 피곤해도 이 문제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면서 의자에 기댄 몸을 일으켰다.) 최근 경찰의 수사능력이 많이 강화됐다.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줄 필요가 있다. 검찰이 모든 경찰을 통제한다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다.

    검찰은 경찰이 못하는 문제를 척결하거나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건에 주력하는 것이 맞지 모든 사건을 지휘 통제하는 것은 넌센스다. 범죄 혐의를 두고 하는 내사도 경찰이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검사가 통제수단으로 (내사권을) 가져가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검사들이 거기에 대해서까지 경찰을 통제하려는 것은 욕심이 지나치다.

    경찰이 수사 개시권을 갖는 것에 대해 합의한 것은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