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방에 도적이 들끓는 까닭

      대통령이 “다 썩었다” 했으면 확실히 썩은 것이다. 대통령이 “썩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면 팍 썩었는지 덜 썩었는지 안 썩었는지는 진실게임이 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 팍 썩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한데 그는 마치 야당 당수처럼 평했다. 남의 말 하듯. 이게 말이 되나? 이게 누구 정권인데 그 아래 공무원들이 팍 썩은 걸 남의 집 이야기 하듯 하나?

      왜 이렇게 됐나? 다잡질 않아서다. 추상같은 영(令)을 8도에 선포하고 그걸 거역한 자는 일벌백계로 단 칼에 목을 확 날려 버렸다면 감히 어떤 간덩이 부은 쥐새끼들이 까불었겠는가? 이명박 정권은 그러나 초장부터 거꾸로 나갔다. 광우병 폭란에 무조건 항복 했고, 용산 난동 막으려 한 포도대장 목을 뎅겅 날렸다. 대한민국에는 그날부터 도무지 무서운 게 없어졌다.

      징기즈칸은 칸으로 등극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게 무서운 기강 확립이었다. 산천초목이 떨고 비금주수(飛禽走獸)가 얼었다. 그렇게 안 하고는 통일 몽골을 다스릴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물론 징기즈칸처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에 의한 지배라는 게 있다. 선량한 국민을 자의성(恣意性)의 횡포로부터 보호해주는 대신, 법을 어긴 자는 가차 없이 작살내는 것. 그게 법에 의한 지배다. 미국의 순사들이 위법에 대해 어떻게 대하는지 한 번 돌아볼 일이다. 한국인 취객들이 미국 파출소에 들어가 한국 순사 때리듯 미국 순사를 한 번 때려 볼 것을 권한다. 평생 못 잊을 아주 좋은, 피가 되고 살이 될 교훈을 얻을 것이다. 그렇게 하다 “빵!” 맞고 콘크리트 바닥에 뻗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요즘 애들은 툭하면 선생을 고소한다고 한다. 쌍욕이 아예 입에 붙었다고도 한다. 선생 등 뒤에다 대고... 교육감이란 위인들이 그런 애들의 기를 더욱 살려주겠다며 무슨 학생 조례인가 뭔가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어른 홍위병 떼거지들이 제멋대로 날뛰니까 애들 홍위병 떼거지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보고 배운 게 맨 날 그거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이런 콩가루 개판을 바로잡으라고 일건 뽑아주었더니 이명박-한나라는 첫 대국(對局)부터 앞발 뒷발 다 들어 버렸다.

      정권의 개판 방조(傍助)-이게 작금의 부패 공화국의 뿌리다. 법도를 엄히 세우고 펴지 않았으니 나사가 빠졌다. 나사가 빠지면 해체(解體)다. 해체는 곧 ‘제멋대로’다. ‘제멋대로’의 빠질 수 없는 항목이 해먹기다. 무서운 게 없으니 사방에 도적이 들끓을 수밖에. 게다가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바르게 처신하고 소인은 혼자 있을 때 별짓 다 한다”고 한 공자님 알기를 우습게 아는 세상인 터에야. 
     원전 수주와 4대강만 하면 대통령 노릇 다 하는 게 아니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