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북한3대세습, 던져선 안 될 질문"
     한미FTA도 입장바꾸며, 횡설수설 수준의 발언
      
    변희재, pyein2@hanmail.net   
     
    참여당의 유시민 대표와 민노당의 이정희 대표 간의 밀월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들은 6월 7일 같은 날, 양당의 합당 논의를 공식화했다. 이어 이 둘은 대담집 ‘미래의 진보’를 공동출판하며, 20일 출판기념회도 함께 연다.

    이 둘의 밀월관계에 가장 불편한 측은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로 상징되는 진보신당의 통합파이다. 진보신당은 11일 전국위원회에서 민노당과의 통합안이 상정되어있다. 안 그래도 민노당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에,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자유주의세력인 참여당과 민노당의 합당론이 공식화되고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8일 오전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이번 합의문의 의미는 진보정치가 자유주의 개혁 세력과 달리 독자적으로 성장 발전하겠다는 것"이라고 유시민 세력과의 통합에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정희 측근 보좌관, “과거를 묻지 않아야 사는 사람은 진보신당 선도탈당파들” 직격탄

    그러나 이정희 대표의 측근 보좌관인 이소희는 인터넷에 “대표님 곁에서 모든 대표님의 말과 글을 접하는 사람으로서 대표님은 본인이 하신말과 늘 똑 같이 움직이십니다.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통합을 놓고 볼 때 사실 우리가 과거를 묻지 않아야 사는 사람은 <<<진보신당의 선도탈당파들이죠. >>>”라는 글을 남겨, 오히려 진보신당 통합파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진보신당 측에서는 “현재로서는 오는 11일 전국위원회와 26일 전당대회에서 부결 가능성이 100%"라며 "왜 이정희 대표가 저러는지 모르겠다. 이는 사실상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무위로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라며 “통합 합의문이 부결되면 진보신당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동당이 노린 것이 이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신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는 민노당과의 통합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진보신당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종북문제에 대해 유대표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며, 민노당 측에 맞추기 시작했다. 유대표는 6월 9일자 인터넷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 대해 “적어도 연대협력하는 정치세력간에는 던져서는 안 될 질문의 형식이라고 생각”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유대표는 지난해 9월 28일 김정은 후계가 공식화된 무렵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당대표자회 3대세습 어떻게 보시나요?”라고 네티즌들에게 스스로 질문을 한 후 “국가의 운명을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생물학적 우연에 맡기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자문자답한 바 있다.

    또한 유대표는 북한의 정권 세습을 기업세습과 유사하게 보는 시각에 대해서조차 “국가권력의 세습과 기업의 상속은 좀 다르다”며 “기업은 사적 권력이다. 한 기업이 세습 때문에 망하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국가권력은 대체가 불가능한 공적 권력”이라며 국가권력의 세습에 대해 훨씬 더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옳고 그름의 판단 문제를 ‘좋아’, ‘싫어’의 선호 문제로 바꿔치기한 유시민

    유대표는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3대세습에 대해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터넷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논점을 슬쩍 바꿔버린다.

    “‘너 이거 좋아, 싫어?’라고 묻는다면 그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냐. 국가권력이 유전자를 따라서 내려가는 이것을 좋아할 대한민국 국민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나? 그런 마땅한 문제를 ‘너 좋아?, 싫어?’ 공개적으로 말하라고 하는 것은 수준이 너무 낮은 거다”

    즉 대체 불가능한 국가권력의 세습 문제를 ‘좋아’, ‘싫어’식의 단순 선호 문제로 바꿔낸 것이다. 유대표 입장에서는 “나는 3대세습이 싫다고 분명히 입장을 표명했지만, 다른 정치세력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대표가 이정희 대표와의 밀월 관계 이후에 갑작스럽게 3대세습에 대한 입장이 변경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유대표 스스로 3대세습을 비판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통합 당사자인 유대표 자신이 아니라, 경향신문과 같은 언론에서 3대세습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거리이다.

    이외에도 유대표는 한미FTA에 대해서도 180도 입장을 바꾸었다.

    “협상 당시 저는 내각의 일원이었다. 당시에 제가 에프티에이 관련 발언한 것은 보건복지분야에서 대통령을 대리하는 국무위원으로서 그 문제에 임했던 거예요. 그 때 제가 한-미 에프티에이와 관련해 받았던 임무, 또 보건분야 보건분야 주무장관으로서 전체 협상의 틀에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점을 다 없애버리고 개인 유시민으로서 입장을 요구하면 말을 할 수 없는 거에요. 그거는 장관 그만두고 할 이야기죠. 당시 제가 했던 말, 했던 선택을 다 분리해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난폭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한미FTA에 대한 입장도 바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횡설수설

    유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FTA에 대해 보건분야 주무장관으로서 역할을 했을 뿐 개인적인 판단은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대표는 장관을 그만둔 것은 물론 정권 자체가 교체되고 참여당이라는 개인정당까지 창당한 이후에도 줄곧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를 찬성해왔다.

    유대표는 2009년 11월 23일 ‘풀뿌리 민주주의 희망찾기, 유시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한미FTA 문제에 대해 ‘지속가능한 복지’라는 측면에서 저는 개방형 복지국가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이는 이론적 논쟁이 필요한 부분”이며 “그런데 단죄하듯 신자유주의 이야기를 꺼내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좌파세력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유대표의 사상전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세력의 집중적인 비난을 뚫고 한미FTA를 추진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자체가 문제가 된다. 유대표는 인터넷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둘러 말했다.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저는 전격 협상을 개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적으로 너무너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그토록 과감하게 또는 무모해 보이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거죠. 정치적 지지층의 반대를 예견하면서 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뻔히 내다보면서 협상개시 선언을 하고, 비니지스 베이스 위에서 끝까지 협상을 해서 관철한 일련의 과정은 해석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대를 예견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올바른 길을 갔다는 것인지, 아니면 하지 말아야 되는 일을 했다는 것인지 전혀 파악할 없는 횡설수설 수준이다.

    이미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이라크 파병부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개헌 등에서 오가락했던 유대표가, 민노당과의 합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말을 바꿀지, 국민들은 씁쓸한 마음으로 블랙코메디를 지켜봐야할 판이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뉴데일리 객원논설위원>                                                  (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