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호황으로 여유자금이 많은 중국이 유럽 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외국 자본 유입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지만 중국이 선진기업의 기술만 습득한 뒤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과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유럽 기업들을 활발히 사들이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 자금 축적은 지난 2009년 말 기준으로 2조7천억 달러에 달하며 이 규모는 오는 2020년에는 6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향후 10년 동안 해외 기업들을 대거 인수합병(M&A) 할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승인한 5개년 계획에도 '국제적인 판매망과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목표가 담겨있다.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동안 중국 기업의 유럽에 대한 투자 규모는 8억5천300만 달러에 그쳤지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개년간은 439억 달러로 치솟았다. 이런 투자로 중국은 유럽 기업 118곳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난주에는 중국 컴퓨터업체인 레노보사가 독일의 컴퓨터 및 가전업체 메디온 AG 지분 37%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기발행주에 대해 주식공모도 할 예정이다.

    지난해 중국 지리 자동차가 포드로부터 볼보 자동차 부문을 인수하는 등 많이 알려진 거래도 있지만 소리소문없이 진행되는 인수합병도 많다.

    중국은 체코의 담배회사에서부터 네덜란드 제약업체, 영국의 목재 생산업체 등에 이르기까지 100여개의 중소규모 유럽 기업을 사들였으며 이런 매입은 점차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뉴욕의 컨설팅업체 로디엄 그룹의 틸로 헤네만 소장은 중국기업들이 지금부터 오는 2020년까지 1조 달러 이상을 해외에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중국의 해외 원자재 투자와는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국의 인수대상은 주로 유럽에 있다. 지난 2009년 중국 기업 3천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유럽에 투자하고 있다는 기업이 3분의 1이나 됐다.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이 28%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유럽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같은 중국 자본 진출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남부 유럽을 관장하는 안토니오 타자니 산업판무관을 비롯해 일부 관계자들은 중국 기업들이 유럽의 선진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고 걱정한다.

    헤네만 소장은 "유럽에는 수백개의 매력적인 기업들이 있지만 미국처럼 안보 문제로 민감하게 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