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 치료차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망했다.

    신문은 명목상으로는 로켓 공격으로 인한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예멘을 떠난 살레 대통령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이 예상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알-카에다의 근거지로서 테러대응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예멘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버릴 가능성과 예멘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미국은 예멘에서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때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었지만 이제는 살레 대통령 퇴진 이후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데이비드 러팬 대변인은 4일 오후 "예멘에서의 위기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악영향을 마치고 있다"면서 미국은 우리의 안보지원 문제에 대한 모든 측면을 검토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알카에다 척결을 위해 예멘과 공유하는 이익은 한 사람을 뛰어넘는다"면서 살레 대통령 퇴진 이후에도 예멘에 있는 테러대응 요원의 훈련기지를 철수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살레 대통령 퇴진 이후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부여받은 아브드-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과 접촉하고 있다.

    살레 대통령의 퇴진 가능성은 그의 가족 대부분과 총리, 국회의장 등 고위 관리들이 함께 사우디로 향했다는 점에서 더 커 보인다.

    그러나 살레 대통령의 후계자로 준비하고 있는 아들 아흐메드와 조카들은 예멘에 남아 있어 살레의 퇴진 이후 권력 투쟁과 내전 등 대혼란 가능성이 우려된다.

    크리스토퍼 부섹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연구원은 살레 정권의 퇴진을 촉구해 온 야권 부족 지도자인 하미드 알-아흐마르와 살레의 아들 및 조카들 간의 권력 투쟁을 둘러싼 폭력사태가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프린스턴대학의 예멘 전문가인 그레고리 존슨 교수도 앞으로의 상황이 불확실하다면서 "살레 일가가 어떻게 될지, 군대가 무너질지, 누가 정권을 잡을지 아무런 로드맵이 없다"고 전망했다.

    33년째 살레 대통령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예멘에서는 반정부 시위와 함께 하시드 부족과 정부군 간의 내전으로 최근 열흘새 150여명이 숨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반정부 부족이 예멘 대통령궁을 겨냥해 포탄 공격을 감행해 살레 대통령이 머리를 다쳤고 총리, 부총리, 국회의장 등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은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근거지로서 미국은 이들의 활동을 척결하기 위해 살레 정부와 협력을 강화해 왔지만 최근 정정 불안에 따라 알 카에다의 활동폭이 넓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