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대역행” vs 정의화 “이해불가”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7.4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를 폐지하고 1인2표제 대신 ‘1인1표제’를 적용키로 한 것을 놓고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전대 룰을 갑자기 개정하는 것은 특정세력이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라는 입장과 민주적 절차를 거친 공정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인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대 룰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또 다시 특정세력들이 금권선거·조직투표를 자행, 민의에 어긋나는 지도부를 만드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폐지와 1인1표제 도입은 반(反)개혁적”이라며 “향후 대선주자까지 염두에 둔 특정세력의 장기적 포석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과거 혁신안에 여론조사를 넣은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은 당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고, 1인2표제는 대표-최고위원 5명을 선출할 때 합당하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전대 룰 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특정세력이 조직적으로 다음 지도부를 장악하려는 의도이며, 대선후보 경선 시 여론조사를 폐지해 민의에 배치되는 후보를 뽑는 출발이 될 수도 있다”고도 비판했다.

    선거인단 확대와 관련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선거인단 규모를 확대했다고 하지만 지역구에서 700∼800명 할당될 텐데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이를 장악하려면 할 수 있다. 이런 반개혁적인 룰을 받아들이면 시대를 역행하는 전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비대위의 결정은 전대의 본질을 망각한 처사”라며 “이번 전대 룰은 또 다른 조직·금권선거를 잉태한 것으로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고 가세했다.

    그러자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정 위원장은 같은 날 “여론조사 폐지와 1인2표제 대신 1인1표제 도입을 놓고 조직선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홍 전 최고위원의 주장을 받아쳤다.

    그는 “이번 전대 룰은 정파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두 차례 민주적 토론과 절차를 거쳐 결정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전대를 돌이켜보면 조직력이 강한 쪽이 항상 승리했고 1인2표제는 계파별 합종연횡에 따른 나눠먹기식이 된 폐단이 적지 않았느냐”고 되물으며 “이는 동원선거·줄세우기 선거라는 구태로 이어졌다”고 했다.

    또 “여론조사도 선거인단이 1만명 이내일 때 표심 왜곡과 민의 반영을 위해 실시된 것”이라며 “선거인단 규모가 21만명으로 늘고 이중 1만명은 20∼30대에서 공모된 비당원 청년층이므로 충분히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위원장은 “이번 전대 룰은 당 정체성을 갖고 있는 당원들에게 지도부 선택권을 돌려주자는 것”이라며 “선거인단 규모가 21만명으로 늘면 의원·당협위원장의 입김이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비대위가 정한 전대 룰이 문제가 된다면 아직 논의 절차가 있다”면서 “7일 열리는 상임전국위에서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해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참여한 친이계 한 의원도 “이번 전대룰은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대위에서는 열심히 논의하고 많은 토론을 거쳐 전대 룰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