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환상의 스토리텔러, 월트디즈니 특별전
  • 문화 예술 컨텐츠는 현대의 새로운 소통 도구이자 경쟁력이다. 문화는 형상적이고 수치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여타 가치들보다 호소력 있고 감동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월트 디즈니는 남녀노소를 모두 아우르는 스토리로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브랜드이다. 이런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월트디즈니의 만화 작품들과 그 제작과정을 회화, 조형, 영상 등으로 전시하고 있는 “꿈과 환상의 스토리텔러, 월트디즈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011년 5월14일부터 9월25일까지 열리는 월트 디즈니 특별전은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의 흥행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전시회이다. 얼핏 이름만 듣고는 어린이들을 위한 유치한 전시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전시회는 월트 디즈니의 초기 만화 작품들은 물론, 만화의 제작 과정을 세세하게 전시해 놓았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서 디즈니 만화 영화와 제작과정에 대한 영상물을 상영하고, 내부의 배경음악도 디즈니 만화 영화의 주제곡으로 해 놓았기 때문에 시각적, 청각적인 감동과 함께 이 분야의 지식도 살짝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전시회이다.

  • (좌) 월트 디즈니 특별전 내부, (우) 성곽 모양의 매표소 ⓒ 뉴데일리
    ▲ (좌) 월트 디즈니 특별전 내부, (우) 성곽 모양의 매표소 ⓒ 뉴데일리


     
    월트 디즈니 만화에 익숙해지면,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잊고 보게 된다. 월트 디즈니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이야기를 직접 쓰지 않았다. 알고 보면, <아기돼지 삼형제>의 원작자는 제임스 오차드 할리웰이고, <신데렐라>는 샤를 페로에 의해 지어졌으며, <인어공주>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이 지은 동화이다.

    월트디즈니와 그 동료 작가들은 이전에 널리 읽히던 친숙한 동화들을 그려내는 작업을 했으므로, 플롯 구성이나 도입부, 결말 등을 구상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점 때문에 아티스트들은 예술적 표현력에 주력하여 캐릭터 개발과 개성을 통해 시각적으로 더 재미있고 호소력 있는 작품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캐릭터의 모습과 표정, 동작을 상상할 수 없는 채 말과 글로 된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는 눈으로 보며 말과 글을 함께 보고 듣는 것이 훨씬 더 필자에게 감동을 주고 와 닿는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평면에 그려낸다는 한계 때문에 자칫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각기 다른 개성을 불어넣는 그들의 능력이다. 서로 다른 동화 속의 공주나 왕자들은 물론이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처럼 하나의 동화 속에서도 일곱 명의 난쟁이들이 모두 뚜렷하게 구분되는 개성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에 그저 재미와 감동으로만 보던 만화 영화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아티스트들의 그러한 능력은 감탄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흔히 접하고 보는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가 이 전시회에 있다. 바로 삭제된 장면들이다. 아티스트들이 공들여 그려냈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로 삭제된 주옥 같은 그림들을 이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는 난쟁이들이 숲 속의 동물들과 함께 백설공주의 침대를 만드는 장면과, 백설공주가 만든 수프를 일곱 난쟁이들이 맛있게 먹는 장면이었다. 전시회에 있던 설명에 따르면, 이 두 장면이 삭제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난쟁이들이 사악한 왕비와 그녀가 꾸미는 음모에 대한 복선과 대비되는 흥겨움을 준 것은 사실이었지만, 월트 디즈니는 이들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이 극 전체의 분위기를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많은 월트 디즈니 팬들의 기억에 감동으로 남는 동화 중 하나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이다. 마녀의 저주로 백년동안 잠들어 있다가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어나는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굉장히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환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월트 디즈니도 마찬가지로 느꼈었던 듯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Of all the stirring legends of the triumph of good over evil, none has ever been so inspirational to me as Sleeping Beauty.”

    “권선징악적 내용의 감동적인 전설들 중, 나에게 <잠자는 숲 속의 공주>보다 더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없었다.

    이를 대변해 주듯,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른 동화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이 작품은 매우 특별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중세의 그림과 섬유, 페르시아와 동양 미술 등에서 영감을 얻은 후 그려냈다고 한다.

    공주의 모습과 얼굴 형태, 의상만 봐도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티스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게다가 현대의 기술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화려하고 풍부한 영상적 효과들을 이용하여 제작되었고, 플롯만큼이나 배경에도 많은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이러한 시각적 아름다움은 웅장하고 감미로운 음악들로 인해 더욱 극대화 되었는데,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공주> 발레 음악을 편곡하여 삽입하는 등 영화 곳곳에서 아티스트들이 유난히 공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다.

    권선징악적 내용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나오는 악당, 즉 멜레피센트라는 마녀는 다른 모든 동화들보다 훨씬 더 표독스럽고 흉악한 악당으로 묘사되어 있다.

    악당이 클라이맥스에서만 드러나는 다른 동화들과 달리,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는 이야기 전체에 걸처 등장하기 때문이 긴장감을 주기 위함이다.

    월트디즈니가 남긴 명언 중에 “모든 웃음에는 눈물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드라마틱하고 유머러스한 디즈니 만화의 스토리라인 뒤에는 기쁨의 감동과 슬픔의 전율에 따른 눈물이 공존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모든 울음에도 웃음이 있다”라는 말도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다.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들은 끊임 없는 시련을 겪고 고통을 받으며 눈물을 흘린다.

    이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독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지만, 모두 그 시련 이후에 행복한 결말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독자들과 시청자들은 우리의 삶에도 주인공이 가진 꿈과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전시회가 ‘꿈과 환상의 스토리텔러’라는 부제를 얻게 된 이유가 아닐까.

    서윤지 대학생 인턴 기자 (고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