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대정부 질문서 여야 공방김 총리, “저축은행 감사 불만 모두 물리쳤다”
  • “‘오만군데’라는 말은 호남에서는 여기저기라는 뜻. 그리고 압력이라는 단어도 감사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감사원에 전하는 ‘의견’이었다.”

    김황식 총리의 발언에 갑자기 국회의원들이 실소를 터뜨렸다. 언급된 호남 출신 의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정도 그리 밝진 않았다.

    2일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김황식 국무총리의 답변을 지켜본 정치권의 반응은 대체로 ‘허무했다’로 일관됐다.

    관심이 쏠렸던 ‘(저축은행 사건과 관련)오만 군데에서 압력을 받았다’는 발언에 대해 김 총리는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발언은 지난 2월 22일 언론사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김 총리가 했던 말이다.

    김 총리는 이날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진 저축은행 로비 청탁에 대해 “당시 금융계에서 감사를 저지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많았고,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도 면담을 하자며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 ▲ 김황식 국무총리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김성조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황식 국무총리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김성조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 총리 “양심을 건다”

    그는 압력을 행사한 주체에 대해 단 2군데뿐이었고 감사원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김 총리가 밝힌 압력을 행사한 곳은 당시 금감원장이었던 김종창 씨와 저축은행 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친척의 전화였다.

    김 총리는 “감사원장 재직했던 작년 1월부터 4월까지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 전반에 대해 감사를 하는 동안 금감원은 감사원의 논리로 감사를 하다보면 뱅크런으로 이어지고 경제혼란으로 이어지는 염려를 했다. 금감원에서 이를 자기들에게 맡겨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금감원장이 (나에게)면담을 신청을 했었고 나는 이미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면담을 거절했었다. 정 필요하다면 전화로 면담을 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총리는 “한 친지가 전화를 걸어 ‘왜 민간저축은행을 왜 감사원이 감사하나. 감사원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하지만 나는 ‘그 곳에 부실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말로 물리쳤다”고 했다.

    특히 김 총리는 “저축은행과 관련해서 굉장한 감사저항이 있었다. 괘씸하다는 마음의 표현에서 나온 말이다. 양심을 건다”며 “그 외에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니다. (압력을 행사한 주체에 대해)청와대는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 소극적 발언에 정치권은 폭로전 양상

    김황식 총리의 입에서 이렇다할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정치권은 이내 폭로전으로 돌입했다. 각종 설이 난무하며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정치권의 진실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전 정권 특혜론’을 거론하며 대야(對野) 공세를 강화했고, 민주당은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며 반격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몸통’으로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지목했고,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과 여권 핵심인사인 A씨 및 대기업 B 회장의 ‘커넥션’과 구명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신삼길 명예회장이 여권 유력인사의 동생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등 지난 3월 검찰에 체포되기에 앞서 여권 인사와의 인맥구축을 통해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소문도 나온다.

  • ▲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석현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석현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반대로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정권에서 급성장했다는 점에서 전 정권 인사들인 현 야권 인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1대 주주로 참여한 전남 신안 조선타운 부지 조성에 김대중 정부 시절 C, D 전 의원과 참여정부 핵심 인사 등이 개입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차명진 의원은 “박지원씨는 과거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고, 이번에도 보해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 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지난 정권에서 저축은행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저축은행이 PF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정책결정을 했다”며 “정책결정 과정에 누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현 정권의 물타기 정치공작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통령의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이 달을 가리키는데 청와대는 왜 손가락을 보는가. 여권이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데 그러면 저축은행이 처음 출발한 조선총독부 책임으로 돌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