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 사표 수리 뒤 민정수석실에 들러 특별히 강조"우리와 관련된 건일수록 더 철저히 조사해 공개하라"
  •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오후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 모내기 시연을 통해 농심(農心)을 달래고자 충주시 주덕읍 소재 농가를 다녀온 뒤였다. 농부들과 어울려 유쾌하게 막걸리까지 한 잔 한 터였다.

    은 위원은 이 대통령 자신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은 표정으로 은 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뒤 이 대통령이 찾은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었다.

    이곳에서 이 대통령은 “한 점 의혹 없이, 성역 없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은 위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수사 끝에는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 국민들에게 공개하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한 발언은 꼭 은 위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사상 최대-최악의 사건인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인사들에 대해 그렇게 처리하라는 지시와 다름 없다.

    이 대통령은 "정권 후반기로 가더라도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모습이 나타나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리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용도 없이 어떤 것에도 구애 받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 엄정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어떤 의심도 갖지 않도록, 우리와 관련된 문제일수록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을 함께 창출했던 측근 비리에 대해 보다 엄격하고 철저하게 파헤치라는 뜻이다.

    그 이유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들었다. “철저히 밝혀내 문제 있는 사람은 누구든 처벌하라”는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보여줬던 ‘집권 4년차 증후군’을 염두에 둔 것인지 이 대통령의 이날 표정은 단호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노태우 정부 때 수서택지 특혜 비리, 김영삼 정부 때의 한보-김현철 게이트, 김대중 정부 때의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와 아들 비리 등이 집권 4년차 들어서 터진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더 빨라서 3년차를 지나면서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 등이 벌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이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실 직원들을 질책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은 위원 개인의 비리를 두고 민정수석실 직원들을 나무랄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대통령의 발언은 민정수석실에 대한 지시와 당부의 말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벌어진 비리 사건을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차후 측근비리의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삼으라는 뜻이 더 강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검은 돈이나 비리 유착의 유혹에 빠질지 모르는 측근들의 옷 깃을 여미게 하고 싶은 게 이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전언이다.

    은 위원의 사표수리를 지켜본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고위공직자의 공직 윤리 의식이 그것밖에 안 되는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구나 ‘슬롯머신 형제’인 정덕진-덕일 형제를 구속시킨 ‘모래시계 검사’의 일이라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은 위원 사표 수리를 보면서 고위 공직자, 특히 정권 창출의 공신이라고 할 인사들의 몸가짐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새삼 돌이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