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의 기적> 2시간짜리 演劇(연극)이 2분 만에 끝났다!  
      곯아떨어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한 '최초의 연극'
    金泌材    
      
     대학로 ‘알과 핵’ 소극장에서 24일 ‘극단 민중’의 정진수 작/연출의 ‘한강의 기적’을 관람했다. 
      5.16 軍事革命(군사혁명)을 배경으로 朴正熙(박정희), 鄭周永(정주영), 李秉喆(이병철) 3인을 주인공으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역사적 배경과 경제성장과정을 다큐 형식으로 공연한 연극이다.
     
     연극 관람에 앞서 극단 이름에 ‘민중’이란 단어가 거슬렸다. 혹시 이 연극이 朴正熙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을 희화화(戱畫化) 한 左派(좌파) 연극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연극 시작과 함께 불식됐다. 러닝타임 2시간이 2분처럼 짧게 느껴졌다.
     

  •  중간에 곯아떨어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 관람한 연극은 ‘한강의 기적’이 처음이다. 스토리도 간결하고 명쾌하다. 군더더기가 없어 이해도 쉬웠다. 나를 위해 만든 연극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코믹한 장면도 많고, 간혹 눈물 나는 장면도 있었다.
     
     연극의 줄거리는 가감(加減) 없이 歷史 속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다. 나라 없는 불우한 시대에 태어났지만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실현해간 文明建設者(문명건설자)들의 이야기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배경막 영상으로 세 인물의 얼굴사진이 나란히 투영된다. 무대 중앙에는 평범한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다. 탁자 앞으로 커다란 나무함이 가로놓여 관객의 주목을 끌지만 등장인물이 가끔 주저앉는 의자구실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 무대 좌우에 등퇴(登退)장 문이 만들어져 있고, 무대 왼쪽 중간에도 登退場路(등퇴장로)가 마련되어 있다.
     
     연극 시작과 함께 대통령 비서관 역의 정한용 씨가 등장해 5.16 발발 전후의 시대적 상황과 인물소개, 그리고 극의 흐름을 관객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어 군복을 입은 박정희 장군이 무대에 등장하고, 배경에 5.16군사혁명 영상이 투사된다.
     
     무기력한 장면(張勉) 정권을 무너뜨린 朴正熙는 제일 먼저 不正蓄財(부정축재) 기업인들을 구속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일본에 체류 중이었던 李秉喆은 전 재산을 헌납한다는 성명을 내고 자진해서 귀국해 朴正熙를 만난다.
     
     최초로 대면한 두 사람은 기업인들을 처벌하는 대신에 공장을 지어 국가에 헌납(獻納)토록 하는데 뜻을 같이한다. 朴正熙는 무리한 통화개혁(通貨改革)으로 경제정책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그러나 특유의 집념과 용기 그리고 헌신으로 마침내 1964년 수출 1억불을 달성한다.
     
     이에 고무(鼓舞)된 朴正熙는 鄭周永과 손잡고 소양강 댐 건설을 비롯,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조선(造船)사업에까지 뛰어든다. 鄭周永과 善意의 경쟁관계에 있던 李秉喆은 전자산업(電子産業)을 일으켜 삼성전자의 기초를 닦는다. 반면 거의 같은 시기 경제개발을 추진했던 북한의 김일성은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면서 남침적화(南侵赤化)야욕을 드러내고, 안보위기를 조성한다.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미국의 對한반도 정책은 바뀌어 주한 美7사단이 철수하고 中東戰爭(중동전쟁)이 일어나 세계적인 석유 위기가 도래한다. 朴正熙와 기업인들은 중동진출과 중화학공업 개발을 통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돌파구를 마련, 1977년 수출 1백억 불 달성 및 국민소득 1천불 시대를 연다. 그리고 1979년 늦가을, 朴正熙 대통령은 수하의 흉탄에 쓰러진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 되는 20대, 현실에 묻혀 바쁘게 살아가는 30대, 좌경화(左傾化)된 역사인식을 갖고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뒤집어지길 바라는 386세대,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달성하고 이제는 황혼으로 접어든 60대 이상 기성세대.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코드는 무엇일까? 연극 ‘한강의 기적’을 보면 답이 나온다. 바로 朴正熙, 鄭周永, 李秉喆 세 위인의 포기하지 않는 ‘오뚝이 정신’이 아닐까!
     
     이들 세 위인들도 인간이었기에 때로는 갈등하고 반목하고 사욕을 탐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협력하고 인내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었다.
     
     박정희의 ‘하면된다’는 불굴의 정신, 정주영의 ‘해봤어?’의 도전정신, 이병철의 ‘맡겼으면 믿으라’는 신념과 원칙이 일궈낸 결과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이들은 이제 歷史 속의 인물(人物)이 됐다. 그러나 이들은 큰 교훈을 남기고 떠났다. 악화(惡化)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을 낙담하지 말라고 하는 듯하다. 현재를 사는 우리 개개인이 바로 역사의 주인공이자, 남북통일의 주체임을 연극 ‘한강의 기적’은 일깨워주고 있다. 
      
     <공연 안내>  
      5ㆍ16 혁명 50주년 기념 역사기록극 <한강의 기적: 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
        기획: 민중극단
      일시: 5월13일부터 29일까지
      장소: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알과핵 소극장(1-140번지)
      시간: 평일 8시 / 토 3시, 6시 / 일 3시 (5월17일, 23일은 공연 없음) 
        * 공연문의: 02-532-5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