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청목회와 반대, 뭉텅이 전달 문제 "소수정당 대상 수사" 야권 반발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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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노조가 정당에 불법 후원금을 제공해온 관행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정치권에 적잖은 파문이 일 전망이다.
특히 이번 수사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소수 정당을 대상으로 삼아 야권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한 LIG손해보험 노조는 2009년 노조원 1천여명에게서 10만원씩 걷어 1억여원을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진보신당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LIG와 함께 압수수색을 받은 KDB생명(옛 금호생명) 노조도 같은 해 노조원 259명에게서 10만원씩 모아 조성한 2천590만원을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후원금 조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노조가 비당원 노조원한테서 십시일반 모금한 돈을 '뭉텅이'로 정당에 전달한 방식이 현행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자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당에 후원금을 낼 수 없고, 정당은 당원이 내는 당비 외에는 어떠한 후원금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돈을 준 노조나 받은 정당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으로 유명해진 일명 '쪼개기' 방식의 국회의원 후원과는 차이가 있다.
'쪼개기'는 정자법상 국회의원이 500만원 이내에서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의원들의 후원계좌에 돈을 나눠 입금하는 것으로, 노조원들이 돈을 모아 낸 이번 정당 후원금 사건과는 어찌보면 반대되는 형태다.
대원고속 노조와 KT링커스 노조가 쪼개기 수법으로 각각 김문수 경기지사, 국회의원들에게 거액의 불법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06년 3월 정당 후원금 제도가 폐지돼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야권 소수 정당이 정치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게 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 제도가 폐지되기 직전인 2005년 각 정당 명의로 모금한 후원금 액수는 모두 90억원.
이중 민노당이 6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12억원, 한나라당 11억원, 민주당 3억원 등의 순이었다.
주로 노동자들에게서 거액의 후원금을 받던 민노당이 정당 후원금 제도 폐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원내 다수를 차지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거대 정당은 정자법상 의석 수에 따라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받지만, 소수 정당은 보조금마저 미미해 정당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면,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노조원 입장에서는 소득공제 혜택으로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어 그다지 부담될게 없다.
즉, 이번 사건은 예전처럼 노조의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소수 정당과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원하면서 세액공제 혜택도 원하는 노조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불거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관위가 LIG손해보험 등과 유사한 방식으로 정당에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기업 노조가 전국적으로 1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청목회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수사 선상에 오른 소수 정당이 검찰 수사에 반발해 정치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노당의 한 간부는 "중앙당에서 정상적으로 후원 당원을 모집하고 세액공제를 했는데 검찰에서 불법 소지가 있다니 황당하다"며 "검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문제삼는지 파악한 뒤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