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어크리크배 제5회 한국시각장애인 골프대회가 30일 경기도 포천의 베어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다.
26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2011 호주오픈대회 선발전을 겸해 진행된다.
남자부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과 흐릿하게 윤곽 정도만 느낄 수 있는 '약시' 등 2개 그룹으로 나눠 우승 및 준우승자를 시상하고, 여자부에서는 통합 우승자만 시상한다.
시각장애인이 골프를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상당수의 시각장애인들이 골프를 즐긴다.
골프광으로 소문난 미국의 코미디언 밥 호프의 일화는 유명하다.
밥 호프가 어느 날 맹인골퍼 찰리 보즈웰을 만났다.
밥 호프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골프를 그렇게 잘 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나하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대회를 주최할 만큼 골프에 미쳐있는 밥 호프는 지는 사람이 1000달러를 내자고 말했다. 컨디션만 좋으면 싱글도 자주 치는 그로서는 맹인과의 내기골프에서 지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캐디의 도움과 지시를 받지만 역시 싱글도 치고 보통 80대를 치던 찰리 보즈웰은 밥 호프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호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 그럼 티오프 시간을 정해야지. 보즈웰 자네가 편리한 시간을 선택하게."그러자 보즈웰이 말했다.
"좋아, 내일 새벽 2시가 어때?"
"뭐, 새벽 2시라고? 내가 졌네!"밥 호프는 그 자리에서 1000달러를 상대방에게 주었다.
이 에피소드는 우스갯소리 비슷하게 들리지만 실은 선(禪)문답이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맹인에게는 찻잔의 물도 없고 물에 비칠 달도 보이지 않는다. 찻잔의 물을 비워버린 경지에 있는 것이다.
반면에 밥 호프는 어떤가. 두눈이 멀쩡하다는 이유로 그는 모든 사물을 분별하고 이 분별심에 따라 마음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환한 대낮에만 골프를 쳐온 밥 호프로서는 칠흑 같은 밤에 골프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찻잔에 물을 채우고 거기에 비친 달을 두고 찻잔과 물과 달의 존재를 파악하는 밥 호프와 아예 찻잔의 물을 비워버린 맹인 찰리 보즈웰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경지에 있는 것이다.
앞을 못 보면서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매우 올바른 스윙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들은 해저드나 벙커 등 외부의 시각적 자극에 정신이 팔리지 않고 이미지에 충실한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상당수 장님 골퍼들은 캐디가 라인업만 제대로 해주면 90타 이하의 스코어를 낸다고 한다. 최근 외신은 미국의 85세 장님 골퍼인 로버트 턴햄이 홀인원에 성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보이는 것에 내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이 더 문제임을 시각장애인골퍼들이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