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온 앤디 프로저(59)는 고집불통의 친구이자 형님입니다."
    '탱크' 최경주(41·SK텔레콤)는 17일 귀국 후 숨 막혔던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되돌아보며 캐디인 프로저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경주와 스코틀랜드 출신인 프로저는 2003년 9월 유럽프로골프투어 린데 저먼 마스터스 대회 때 처음 만났다.

    당시 임시 캐디였던 프로저는 허리 부상에도 캐디백을 끌면서 최경주의 유럽프로골프 첫 우승에 한몫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최경주는 2004년 프로저와 정식 계약을 했고 지난 15일(미국시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도 곁을 지켰다.

    최경주는 프로저를 위대한 형이자 친구라고 치켜세우면서도 '고집불통'이라며 흉(?)을 보기도 했다.

    최경주는 "프로저는 야디지 북이 있어도 그대로 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집을 부린다"며 "보통 170야드가 남았을 때 7번 아이언을 주는데 어떤 때는 8번 아이언을 주면서 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라운드 18번홀(파4)에서도 프로저가 고집을 부렸다고 했다.

    최경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 드라이버가 잘 맞아 18번홀에서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저는 18번홀에서는 사흘 내내 3번 우드를 쳤으니 이번에도 3번 우드로 쳐야 된다고 우겼다.

    그때만 해도 최경주는 데이비드 톰스(미국)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18번홀 왼쪽에는 워터 해저드가 자리 잡고 있어 프로저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고집했던 것이다.

    최경주는 "프로저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3번 우드를 쳤다"며 "그는 아마도 연장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7년 넘게 필드에서 우정을 쌓아온 최경주와 프로저가 19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SK텔레콤 오픈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