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정부의 역차별, 엄중히 대응할 것”호남 “의도적으로 심사 기준 축소시켰다”충청 “결국 이럴 거면서 왜 지역 갈등 부추겼나”
  • 지난 3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사태 이후 전국이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놓고 또 다시 들끓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대전광역시 대덕특구로 가는 것으로 16일 확정되자마자 탈락이 정해진 후보 지역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특히 과학벨트 유치에 목을 맸던 경북, 호남지역 정치권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 됐다”며 격렬히 저항했다.

  • ▲ 국제과학베지니스벨트 입지 예정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 2단계 개발사업지내 신동 지구와 둔곡 지구 ⓒ연합뉴스
    ▲ 국제과학베지니스벨트 입지 예정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 2단계 개발사업지내 신동 지구와 둔곡 지구 ⓒ연합뉴스

    ◆TK “왜 우리는 번번이 역차별을 당해야 하나”

    이날 오전 과학벨트 대전행(行) 발표 이후 TK(대구·경북·울산) 지역 의원들은 “더 이상 민심을 수습할 수가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은 객관적 기준만 놓고 봤을 때 경북이 과학벨트의 최적지이지만, 선거 논리에 의해 철저히 배재됐다는 ‘TK 소외론’을 주장하고 있다. 

    경북 포항 출신의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지금 지역 여론이 폭발 직전”이라며 “정치 논리로 툭하면 ‘대통령 고향이 경북이라 안된다’고 하는데 과학벨트와 대통령 고향이 무슨 상관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은 “차라리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후 ‘과학벨트는 세종시나 충청도로 간다’고 했으면 이 난리가 안 났을 텐데 마치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처럼 하는 바람에 동네방네 시끄러워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TK 지역 의원들은 정부의 발표 이후, 연이어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식 입장은 이날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키로 했다.

    경북도당 위원장인 이인기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의원들 개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지역 의원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모아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결과에는 승복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에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이런식으로 탈락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민주당 소속의 광주·전남 의원도 정부의 발표를 순순히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사실상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준다는 방침을 세운 뒤 다른 지역은 들러리를 세운 것이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과학벨트 호남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위원장들끼리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면서 “광주가 이런식으로 탈락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지반 안정성 및 용지 조성에 대한 점수가 심사에서 축소되면서 호남 유치에 치명타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광주·대구·대전을 통합네트워크로 구축하는 삼각벨트 조성안은 지역특화산업과의 연계로 최대의 효율을 거둘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이라며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광주·전남 의원들은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앞으로 대응 방향과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선정 결과를 백지화하기 위한 법적 투쟁 등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 ▲ 국제과학베지니스벨트 입지 예정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 2단계 개발사업지내 신동 지구와 둔곡 지구 ⓒ연합뉴스

    ◆충청 “도대체 왜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을 부추겼나”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은 과학벨트의 대전 대덕특구 배치가 확정되자 “(정부가) 결국 충청권으로 입지를 결정할 것이면서 왜 근 1년간 지역갈등을 부추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5역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과학벨트 입지선정은 한마디로 정부가 과학정책에 ‘정치적 결정’을 고려하다가 실패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권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고려 없이 지난 2009년 초에 수립된 당초 기획안에 의해 추진됐다면, 이미 상당한 사업진척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2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입지를 확정함으로써 국가 과학발전을 지체시키고, 국론분열과 사회경제적 비용만을 막대하게 키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사태로 빚어진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에 대해 무한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세종시를 거점지구로 발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인접지역인 대전 대덕지구를 거점지구로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