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조찬 간담회서 이 대통령에게 조언"언제 올지 모를 통일, 항상 준비하고 생각하라"
  • [베를린=선종구 기자] 독일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독일 통일 전문가들을 만났다. 통독 전문가들로부터 한 수 배우기 위해서다. 지구상 유일하게 분단 상태로 남은 남북 통일에 독일의 유용한 경험과 교훈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날 만남은 숙소인 베를린 도린트 호텔에서 조찬 간담회 형태로 진행됐다. 초청 참석자들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주역들이었다.

    통일 독일의 주역들, 이 대통령에게 남북 통일 조언

    면면을 보면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동독의 마지막 총리로 서독과의 통일 협상을 이끈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총리, 통독 당시 서독 내무 장관으로 통일 조약에 서독측 대표로 서명한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현지 시간) 베를린 시내 도린트호텔에서 독일 통일 주역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쇼이블레 재무장관, 이 대통령, 외르크 쉔봄 전 국방차관, 텔칙 전 외교보좌관, 드 메지에르 전 동독총리.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현지 시간) 베를린 시내 도린트호텔에서 독일 통일 주역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쇼이블레 재무장관, 이 대통령, 외르크 쉔봄 전 국방차관, 텔칙 전 외교보좌관, 드 메지에르 전 동독총리. ⓒ연합뉴스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의 보좌관으로 통독 과정을 설계한 호르스트 텔칙 전 총리 외교보좌관, 통일 당시 서독 육군의 동부지역 사령관으로 동-서독 군 통합을 주도한 외르크 쉔봄 전 독일 국방 차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가 전한 통독 전문가들의 다양한 조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통일! 항상 준비하고 생각하라

    첫째는, 항상 통일을 준비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통일이 언제 어떻게 올 지 전혀 몰랐다는 점을 통독 전문가들은 털어놨다. 그래서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성경의 “항상 깨어 있으라”라는 구절을 연상케 한다.

    둘째는, 남북한이 갈라져 있지만 ‘한 민족’이라는 믿음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독일측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에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통일 열쇠, 한 민족이라는 동족의식

    어떤 외부 사정이나 대내외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갈라져 있는 동족이 서로 한 민족이라는 강력한 결속력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점이 역사 속에서 궁극적으로 통일을 보장하느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독일측 전문가 4인이 모두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든든한 우방 확보 중요, 미국 있어 통일 됐다 

    이와 함께, 든든한 우방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독일을 통일로 이끈 자산으로 꼽았다. 바로 미국이라는 우방이 있었기에, 안보를 확보하고 통일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통독 전문가들은 한국도 미국이라는 강력한 우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서독이 옛 소련에 한 것처럼, 중국과 협력하라

    또, 독일 통일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던 옛 소련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력한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독일이 옛 소련과 협력했던 것처럼, 한국도 중국과 그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동독에 제공 차관, 통일전까지 서독측서 논란

    통독전 서독에서 동독 주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제공했던 대규모 차관에 대한 논란은 통일이 오는 순간까지도 계속됐다고 소개했다.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없어 통일에 기여하고 있느냐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는 것이다. 차관 제공이 동서독간 경제적 격차를 줄였느냐에 대해서도 논쟁은 지속됐다고 이들은 전했다.

    통일 재원 문제

    통독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에게 통일 재원에 대해 강하게 조언했다. 독일은 예기치 않은 통일 이후 동서독 경제통합 비용으로 1990년부터 4년간 1200억 도이치 마르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해 1500억 도이치 마르크가 들었다는 것이다.

    "구체적 코멘트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조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 중에 워낙 남북간 경제적인 격차가 크다 보니까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길게 보면 통일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독 통일 자문위원회' 확대, 운영한다

    청와대는 이날 통독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얻는 바가 크다고 보고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독 통일 자문위원회’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본래 자문위원회에는 우리측 통일부 차관과 독일측 내무부 차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각각 12명의 위원이 참가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4인의 통독 전문가들도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현 시점에 남북관계에 있어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유익한 경험담을 들려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이들을 치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