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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선종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첫 방문지인 베를린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도시다. 그런 베를린 시를 상징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곰이다.
곰은 베를린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다양한 그림과 동상으로 베를린 시민들과 함께 하고 관광객들을 맞이 한다. 친근 그 자체다. 베를린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 앞뜰에도 태극기 그림이 그려진 곰 동상이 있다.
곰은 왜 베를린의 상징이 됐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가설’이 나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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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베를린을 수도로 정했던 브란덴부르크 공국(1157~1806)의 창시자 알브레히트1세(1100~1170)의 별명이 ‘곰’이었던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또 중세시대에는 소리에 민감하게 상징을 정하는 게 인기였다고 한다. 이 때 베를린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지역 명(Berlin,베어린)과 발음이 비슷한 곰(베어)을 상징으로 택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두 단어는 어원학적으로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베를린(Berlin)이라는 이름이 '어린 곰'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다. 오랜 옛날 한 사냥꾼이 슈프레(Spree) 강의 섬에서 맞닥뜨린 큰 곰을 사냥하려고 굴까지 쫓았는데 굴에는 어미 곰을 기다리는 새끼 곰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냥꾼은 곰 사냥을 포기하고 친구에게 "이 곳 이름을 베를라인(Baerlein)이라고 부르겠네" 하고 말했다는 전설이다.
전설이 아닌 베를린 도시 명칭 탄생을 보면 폴라브인이 베를린을 위시한 독일 동부에 정착해 살았을 때 유래됐다는 얘기가 있다. 폴라브인은 독일 동부 엘베강 하류, 발트해 연안에 살았던 슬라브인을 말한다.
늪을 의미하는 폴라브어 ‘brl’이라는 글자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이 지역에 습지가 많았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베를린에는 곳곳에 많은 호수가 있다.
베를린의 곰은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더 익숙하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때문이다.
베를린 영화제는 1951년 동서화합을 기치로 당시 분단 상태에 있던 독일의 통일을 기원하는 영화제로 시작됐다. 국영 베를린 영화사가 주관, 매년 2월 중순 약 10일간에 걸쳐 개최된다. 행사 진행요원만 500여 명에 이른다.
지금은 베네치아(이탈리아)•칸(프랑스)•모스크바(러시아연방)와 더불어 국제영화제작자연합에서 공인한 A급 영화제의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바로 이 영화제의 상들에 곰이 들어가 있다. 최우수작품상이 금곰상[金熊賞]이고 감독상은 은곰상이라고 부른다.
베를린 시는 1954년 아예 곰을 법으로 베를린 시의 상징으로 정했다. '1954년 베를린 주의 상징 관련 법'이다. 여기서 '베를린의 상징은 붉은 색의 팔, 다리와 혀를 가지고 있으며 직립한 채 포효하고 있는 곰'이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했다. 상징에 법적 지위까지 부여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