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민이 많다. 중요한 것은 시기인데…”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이 <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말끝을 흐렸다. 바쁜 미국 방문 일정을 다녀온 이후였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파행이 언제 끝나는가에 대한 이야기 중이었다. 파행의 원인인 무상급식은 대화 주제에서 제외했다. 이미 양 측의 입장은 충분히 확인했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이 해야 할 일 중 무상급식은 사실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뉴타운, 한강 주변 개발, 그리고 대권 행보까지. 현안은 산적했다. 재선이다보니 풀어야 할 문제는 적지만, 속도를 붙여야 할 일은 오히려 더 많다.

    그런데 아직 올해 예산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이 4000억원에 이르는데다, 그로 인해 집행이 중단된 여타의 예산은 훨씬 더 많다.

    여기에 예산 집행의 필수인 1차 추경도 진행하지 못했다. 또 정부의 취득세 인하에 따른 대책도 마련된 게 없다. 그동안 그나마 좁지만 유지했던 시의회의 대화의 통로도 거의 닫혀버렸다.

    덕분에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는 “이러다 올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 ▲ 지난해 연말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를 두고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이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의회 민주당과의 대화를 단절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연말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를 두고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이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의회 민주당과의 대화를 단절했다. ⓒ 연합뉴스

    ◇ 오세훈-서울시의회 민주당, 언제까지 싸우나?

    이 대변인이 다시 시의회의 극적인 대타협의 ‘시기’에 대해 대화를 시작했다. 현재 가장 관심이 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예측컨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기점이 될 것 같다.”

    선별이냐 전면이냐의 유권자들의 민심을 확인해야,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공방의 끝이 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대화의 강도를 약간 높였다.

    주민투표 서명운동이 아직 진행되고 있고 투표가 실시하고 결과가 나오는 시점을 기다리기는 서울시 행정이 받고 있는 타격이 너무 크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투표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빨라야 7~8월경이며 이후 무상급식 조례를 정리하고 다시 추경예산을 하기 위해서는 본회의가 열리는 10월까지 이 지루한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맞는 말이다. 서울시장으로서 시정 정상화를 위해 어떻게는 시의회의 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시의회가 그동안 벌여온 악의적 행태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는 없다.”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명분, 그에 상응하는 시의회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단호한 어조였다.

    ◇ 승자는 없다. 남은 건 상처와 앙금 뿐

    사실 전면 무상급식을 부르짖던 서울시의회 민주당도 ‘열정’이 많이 사그라진 것도 사실이다.

    “(무상급식 조례를)너무 급하게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발언이 도는가 하면, 예산 집행이 지지부진하면서 시의원들도 지역구 주민들에게 압박을 받고 있다는 호소도 있다.

  • ▲ 대권 도전을 꿈꾸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이번 무상급식 사태 해결이 크나큰 딜레마다. 하지만 이를 과연 어떤 식으로 극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 자료사진
    ▲ 대권 도전을 꿈꾸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이번 무상급식 사태 해결이 크나큰 딜레마다. 하지만 이를 과연 어떤 식으로 극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 자료사진

    특히나 이번 추경 예산 좌절은 시의원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어린이집, 양로원 건립 등 지역복지사업 취소로 이어지는 부분이 많아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내부에서 ‘적당한 타협’이 조심스럽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힘의 논리에서 앞선 오 시장이 시의회와의 단절을 선언하면서 예상했던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승리는 눈 앞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대한민국을 복지 포퓰리즘에서 구하겠다(오세훈 시장)”, “소외된 아이들을 낙인감에서 해방시키겠다(서울시의회 민주당)”며 거창하게 제기한 정치 쟁점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묻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옛말에 “이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고 했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같은 문제로 또다시 싸우게 된다.

    그런 불안감을 등 뒤에 두고서 과연 대권 도전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무상급식의 의미에 대한 건전한 토론은 안중에도 없이 서로의 입장만이 남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악다구니’에 안타까움이 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