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쇄신, 이대통령은 무슨 생각할까

개표 뚜껑은 열렸다. 결과는 맘에 들지 않는다. 우려했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수습에 나서야 한다.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패배는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에도 작지 않은 부담이다. 재보선 결과를 `정권 심판'으로 보는 시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도 일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분당을 패배의 충격은 그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권 인적 쇄신과 함께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당 안팎에서 봇물처럼 쏟아질 수 있다. 서울-수도권, 소장파 의원 중심으로 여진처럼 번져 나갈 수 있다. ‘텃밭’ 분당을을 내준 것은 곧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이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볼 것이다.

이미 이들은 여권 지도부의 전면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동시에 당-청 관계의 재정립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는 당이 선두에 서서 청와대와 정부를 이끌고 나가겠다는 뜻일 게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이 같은 국면을 순조롭게 극복하지 못할 경우 `레임 덕(권력 누수)'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내놓고 있다.

반면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생각은 약간 다른 듯하다. 우선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이 아닌 `소규모 지역 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공천과 선거 캠페인을 당에 일임했다는 점도 든다. 그런 만큼 대통령과 청와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해에서 승리한 만큼 패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보선 결과는 당이 책임지는 것이고 전국 선거도 아닌데 재보선 때마다 청와대에 책임론을 제기하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여권의 재보선 패배는 다음달쯤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 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청와대 개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당-정-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각의 경우 소폭인 4~5개 부처로 예상했으나 1~2개 부처의 장관이 더 교체되면서 중폭에 가깝게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유정복 농림수산식품, 이만의 환경,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도가 대상으로 거론됐다. 현인택 통일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교체 전망이 엇갈렸다. 이제는 이들 모두가 바뀔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특사단 사건으로 잠시 교체설이 돌았던 원세훈 국정원장도 개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이뤄질 경우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농식품 장관 후임으로는 정치인의 경우 친이계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친박계 이계진 전 의원이, 관료 중에서는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환경부 장관 후보에는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장관이 바뀔 경우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의원,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후임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 장관이 바뀐다면 류우익 주 중국 대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의 이름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 지도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설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임태희 대통령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공천 과정에서 임 실장의 지역구였던 분당을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후보로 내세우기를 반대했던 측에서 사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 사퇴설은 국정원장 교체설, 류 대사 역할론과 맞닿아 있다.

임 실장이 물러난다면 원세훈 국정원장이 대통령실장으로 이동하고 류 대사가 국정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정 장악력 유지를 위한 ‘친정체제’ 강화 차원이다. 일각에서는 류 대사가 대통령실장으로 재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설’들은 많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선거 결과가 임 실장의 거취나 참모진 개편에 영향을 미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개각 폭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 핵심참모는 "공천이나 선거 운동에 잘못이 있다면 당에서 책임질 일인데 대통령실장이나 참모진에 왜 책임을 묻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참모진을 개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사를 정국 반전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 대통령의 스타일상 개각 폭도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