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통과 안되면 과징금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애초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기대됐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처리가 야당의 반발로 늦춰지면서 최 회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행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는 SK와 같은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2007년 7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그룹은 4년간 이어져 오던 지주사 요건 충족 유예기간이 오는 7월2일로 끝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금융자회사인 SK증권을 매각해야 한다.

    만약 7월2일까지 SK네트웍스와 SKC가 갖고 있는 SK증권 지분 30.4%를 처분하지 않을 경우 최대 18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통과를 SK가 목이 빠지도록 고대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SK그룹은 주력사업인 정유업과 이동통신업을 원활히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금융자회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최 회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22일 "원활한 자금조달과 기밀유지가 필요한 회사채 발행 등의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금융자회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했는데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SK증권 매각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4월 임시국회 통과 가능성이 남아있는데 미리 팔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일단은 국회 처리 상황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야당의 폭로로 불거진 '최태원-정진석(청와대 정무수석) 회동설'도 SK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려대 동문인 두 사람이 최근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만나 SK그룹의 최대 현안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깊숙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는 야당의 폭로가 나오면서 '단순한 만남'이라는 정 수석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내부적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한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7월 내에 개정안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SK증권을 지주회사인 SK㈜ 계열에서 빠져있는 SK C&C나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케미칼 계열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 회장이 직접 지분을 살 것이라거나 외부에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SK증권을 어떻게 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국회 상황을 계속 지켜보면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4월 국회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SK그룹이 SK증권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자 22일 SK증권 주가는 전날보다 14% 이상 급등하면서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