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주민참여 훈련 4년에 겨우 1번, 인근 대도시 주민 대상 훈련 사실상 全無 피폭자 비상의료 체계도 점검해야…피폭자 급증시 대응방안 및 비상의료훈련 확대 필요 교과부 원자력국, 방사능 방재 체계 종합점검 중…4월말 개선안 발표 예정
  • 중앙정부 차원의 방사능 방재대책은 매뉴얼상으로는 흠잡을 곳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4개 원전부지에 있는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와 방사능방재 훈련계획도 비교적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일본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AtomCARE’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적지 않은 잠재적 위험요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 주민참여 훈련 거의 없어, 지역 모든 기관과 주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 확대 절실

    가장 먼저 훈련의 실효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상시 주민들이 신속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 반복훈련을 통해 대응방법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훈련 대부분은 원전 부지 내 사고를 수습하는데 국한돼 있다. 연합훈련과 합동훈련이 ‘법정훈련’이기는 하나 민방위훈련만큼 참여를 사실상 강제할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아 주민참여율이 매우 낮다. 대도시 시민일수록 사정은 더하다. 서울이나 부산시민 중 방사능 방재훈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이런 훈련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방사능물질이 원전 부지를 넘어 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원전 인근 주민은 물론이고 인접한 대도시 주민들 다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 크게 늘어나야 한다. 현재와 같이 4년에 1번, 그나마 인근 주민 일부가 참여하는 데 그치는 정도로는 훈련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방사능 물질이 바람을 타고 인접한 대도시로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평소 훈련은 받지 못한 주민들의 혼란과 동요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일선학교의 안전을 책임지는 각 시도교육청과 지역소방방재청, 경찰청 등 지역유관기관이 방사능 재난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울 수 있는 위험요소이다. 비상시에 대비한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 확대가 절실하다.  

    방사능 비상의료기관 전국 21개 병원…피폭자 급증 등 비상시 의료역량 점검 필요해

    방사능 물질 외부유출시 긴급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현재 한수원과 광역지자체는 지역주민들의 방사능 피폭에 대비 치료약품인 ‘요오드화칼륨’을 상당량 비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원자력의학원은 ‘국가방사능비상진료센터’를 구성․운영중이다. 비상진료센터는 그 아래에 비상진료부를 두고 있으며 원자력병원을 주축으로 전국 21개 병원이 방사능 비상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원자력의학원은 이들 병원들이 참여하는 비상의료훈련을 실시한다.

    비상의료훈련에 대해 의학원측은 “매년 분기별 실시를 원칙으로 지역 군부대와 경찰, 소방서 등이 참여하는 의료대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다수의 피폭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지정병원들이 충분한 비상의료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은 살펴봐야 한다. 원전 부지를 넘어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는 비상시 피폭자에 대한 치료는 사실상 원전 인근 지역병원과 인접한 대도시 대형병원이 맡게 될 것이므로 이들 병원들이 해당 지역의 방사능 비상의료를 1차적으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안전거리 최대 10km, 일본 원전사태 본보기 삼아 비상시 주민대피 방안 재검토해야

    정책적 특면에서의 매뉴얼 수정 등 개선점도 눈에 띈다. 현재 정부가 설정한 비상시 최대 안전거리(방사선 비상계획 구역)는 10km이다. 정부 비상 대책은 이를 기준으로 주민을 대피시키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급격히 확산된다면 현재 수준의 안전거리만으로는 주민피해를 막을 수 없다. 비상계획 구역을 넓히고 이에 따른 주민대피 방안 등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수원, 원자력안전원 사이 소통 우려 목소리도…원자력안전원 “방재체계상 역할 분담”

    일각에서는 비상시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원 사이의 소통문제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같은 우려는 일본 원전사태가 악화된 원인 중 하나가 초동대응을 맡은 도쿄전력이 실제상황을 은폐해 효과적인 대응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혹시라도 한수원이 도쿄전력과 같이 본인들의 기술과 능력만을 믿다가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는 없느냐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수원이 풍부한 원전운영 경험을 갖춘 현장전문가집단인데 비해 원자력안전원은 석박사급 연구원만 299명에 이르는 연구집단으로 두 기관의 성향이 달라 비상시 수습대책을 놓고 의견충돌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원 관계자는 “환경방사능 수치와 'AtomCARE' 등을 통해 원전운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고 비상시 방재체계상 역할이 분담돼 있어 일본과 같은 일은 발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인근 주민, “최초집결지, 대피소 어딘지 몰라” 주장도…정부차원 점검 필요해

    주민보호 및 대피대책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원전 부지 인근 주민들은 일본 원전사태와 같이 방사성물질이 빠른 시간 안에 수십 km씩 퍼질 수 있는데 우리 비상계획구역은 최대 10km에 불과하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비상시 주민행동요령 등을 전혀 숙지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방사능 사고시 주민 최초 집결지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교통수단, 도로, 대피소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한수원의 주장과 배치되는 면이 적지 않아 정부차원의 확인과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수원측은 “최초집결지에서 버스로 인근 주민을 태워 대피소로 이동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며 훈련상황을 설명했다.

    여기에 비상시 사고수습을 지원해야 할 군 화생방 사령부​가 핵방호 및 제염, 처리기​술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문제도 반드시 보완돼야 할 점이다.

    한편 정부는 현재 전국 원전안전실태와 방사능 재난 대응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교과부 원자력안전국 관계자는 “4월 중순까지 실태조사를 마치고 4월 말까지 개선된 방재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