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킬 뿐” VS “지역 이기주의” 민간공항 경제적 문제 피해갈 수 없어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31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白紙化)’ 발표를 전면 부정하면서 박 전 대표의 발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원장 취임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며 “동남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 내 입장에서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정부 발표 이후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원론적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폭탄급’이었다. 사실상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비판하면서 신공항 건설을 차기 대권공약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 ▲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시 달성군 소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취임식장에 들어가기 전 신공항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시 달성군 소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취임식장에 들어가기 전 신공항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親朴) “발언 배경? 약속을 지킬 뿐”

    ‘친박계’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이미 2007년 7월 대선 경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조기 착수를 대권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그 약속을 지키려 하는 것”이라며 오해의 소지를 일축했다.    

    박 전 대표의 경제 자문역인 이한구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신뢰를 먹고 사는 정치인으로서 과거 내걸었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그는 약속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한번 한 약속은 철저히 지키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신공항 추진 발언의 배경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신공항 입지선정과 관련해 특정 지역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동남권 신공항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해온 만큼, 전날 정부가 아무 결정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방증이다. 

    이혜훈 의원은 정부의 백지화 결정 자체를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경제성만 따지고 보면 대체 무슨 국책사업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으며 “백지화 결정은 더 큰 가치를 잃어버리는 행위로 앞으로 나라에서 어떤 정책을 펴기도 힘들어 질 것이다. 대체 누가 승복하겠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대통령 혼자 이 문제를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옆에서 왜 그렇게 이상하게 모시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사람들이 대통령을 타지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면서 “말귀를 못 알아 듣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립구도는 사실과 다르다. 문제를 달리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친이(親李) “박근혜, 지역 이기주의에 빠졌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접한 친이계 의원들은 처음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조금씩 진정을 되찾았다.   

    김성회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나름대로 많은 고뇌를 했겠지만 TK 출신 의원의 입장을 너무 앞세운 듯한 느낌이 든다”면서 “객관적 시각을 가진 영남권 일부 의원들도 백지화에 동의했다. 정부가 과학적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한 문제를 번복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나라 경제를 등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면 오히려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규 의원은 지역 특혜를 철저히 배제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의원은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인 영남권에 특혜가 아닌 백지화라는 결단을 내린 것은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보여준 예가 될 것”이라며 “섭섭하더라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지역을 감싸고 도는 박 전 대표는 서울시의 표를 포기하는 것이냐”며 “이는 소신 원칙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고, 신공항을 정부가 다시 검토할 상황도 아닌지라 구체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친이계 측은 박 전 대표가 예상과 달리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 지역적 특혜를 꼬집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