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설 "제국주의와 전쟁 중..두렵지 않다"
  •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된 뒤 행방이 묘연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2일(현지시각) 국영TV에 등장, 대중 연설을 통해 결사항전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서방의 공습 이후 처음 TV에 모습을 드러낸 카다피는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들(다국적군과 반군)을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우리는 그들을 이길 것이고, 장기적으로도 우리는 그들을 이길 것이다"라면서 반군과 서방 국가들에 대한 항전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리비아 국영TV는 그가 다국적군이 지난 20일 공습한 트리폴리의 관저·군사시설 복합단지 바브 알-아지지야에서 생중계로 연설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서방 매체들은 이번 연설이 카다피의 '인간방패'로 나선 지지자들 앞에서 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기를 흔들고 있는 지지자들 앞에 선 카다피는 다국적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대피 중이라는 보도를 의식한 듯 "나는 여기 남아 있다. 내 집은 여기다. 나는 내 텐트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이 부당한 공격에 대항하는 시위가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생을 마감할 파시스트 일당의 소행"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카다피는 "우리는 그들의 로켓을 조롱한다. 리비아인들은 이들 로켓을 비웃는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지 못할 것이며, 우리는 어떤 수를 쓰든 간에 그들을 무찌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국적군의 공격을 십자군 전쟁에 비유한 뒤 리비아인들은 "제국주의에 맞선 국제전을 이끌고 있다"면서 "파시스트 집단의 침략에 대항하는 전쟁"에 이슬람교도들은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ABC 뉴스는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 담당자와 리비아 전직 외교관의 분석을 근거로 카다피가 서방의 공격을 받은 이후 잠재적 위험이 내포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브라힘 다바시 전 유엔 주재 리비아 대표부 차석 대사는 "우리는 그가 불안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나는 그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죽일 것이며, 또한 가능한 한 많이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CIA 프로파일러 출신인 제로드 포스트는 "자신이 곧 리비아라고 생각하는 카다피가 자살이나 망명을 고려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가 '내가 나라를 세웠기에 내가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할 때 그것을 빈말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