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쓰나미 대피 방송…일본 열도 '뭉클'
  • ▲ 일본 동북부 지방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지진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13일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가 처참한 광경을 드러내고 있다.ⓒ연합뉴스
    ▲ 일본 동북부 지방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지진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13일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가 처참한 광경을 드러내고 있다.ⓒ연합뉴스

    "빨리 도망가세요! 6미터가 넘는 파도가 오고 있어요"

    엔도 미키라는 일본 여성이 목숨 걸고 했던 대피방송이 눈시울 젖게 만들고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 혼란 속에서도 방송을 통해 주민 대피를 호소하다 끝내 실종한 한 여직원의 소식이 알려져
    슬픔에 빠져있는 일본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쯤 진도 9.0의 강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직후, 미야기현 남부 평혼한 어촌 마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에는 무선 대피 방송을 통한 한 아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마을 위기 관리과 엔도 미키(未希․25).

    그녀는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동사무소 별관 방재 대책 청사에 남아 무선 대피 방송을 계속해서 내보냈다.

    마을 주민 하가타 에꼬(61)씨는 "미키의 목소리를 들으며 휴대전화만 들고 자동차로 시즈가와 고등학교 쪽 높은 지대로 향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뒤돌아 보니 차들은 길게 밀려 있고 잇따라 경적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리고 갑자기 쓰나미가 집을 무너뜨리며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라며 몸서리를 쳤다.

    피신에 성공한 한 주민은 "지진이 발생한 지 약 30분 후 10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마을을 덮쳤고 살아남은
    10명이 청사 옥상 무선 통신 철탑에 있었는데 그 중 엔도 미키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키씨의 어머니 엔도 미에코씨(53)는 "살아남은 직원으로부터 딸이 파도에 휩쓸려 갔다는 애길 들었다"며 "끝까지 방송했던 딸이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현재 미나미산리쿠는 쓰나미가 덮쳐 1만 7000여명의 주민 중 약1면명의 생사를 알수 없는 상태다. 대부분은 파도에 휩쓸려갔거나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을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