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9인회동서 정부 비판...분위기 '냉랭'
  • 한나라당 지도부가 27일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청 수뇌부 9인 회동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의혹'과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협정문의 한글본 번역 오류 사태와 관련해 정부 측을 거세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심재철 정책위의장 등 한나라당 지도부 3인은 이날 2시간30여분간 오찬을 겸해 열린 회동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 측의 미숙한 대응을 강한 어조로 문제 삼았다고 당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임 의혹'과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인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오전에 있었던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겪었던 `불쾌함'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간담회에서 김남수 국가정보원 3차장이 시종 `NCND(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면서 "국익을 위해 어느 것도 말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자 "우리를 모욕하는 것이냐"고 화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서도 김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원세훈 국정원장이나 김 3차장에 대한 경질 요구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아닌 만큼 그런 말이 나올 성격의 회동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EU FTA 협정문의 한글본 번역오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정부측에 "정신 차려야 한다", "정부가 요즘 정신을 안차리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을 쏟아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EU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를 총괄 책임져야 할 김 원내대표가 가장 문제 제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런 큰일에도 그 누구도 보고하는 사람이 없다" "정부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 놓겠다"고 말했었다.

     

    또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 당측 인사들은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지적하면서 부산지역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한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이 정부를 질타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125일 이후 두달 반만에 안 대표의 요청으로 열린 당--청 수뇌부 회동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청은 9인회동을 정례적으로 열어 각종 현안에 대한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