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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좌에서 물러나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머물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82)은 아랍에미리트(UAE)로 망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알-아라비야 TV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UAE로 망명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쿠웨이트 일간지 알-카바스는 UAE 정부 관계자들이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오만 접경지역인 알-아인을 망명처로 제안했다고 전했다.
UAE 정부는 며칠째 쏟아지는 무바라크 망명설에 대해 일절 반응하지 않고 있다. UAE 관영통신 WAM만이 13일 무바라크 전용기가 이미 UAE 토후국 샤르자에 착륙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했을 뿐이다.
그러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무바라크 30년 지우기' 작업이 속속 진행되는 이집트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며 결국은 해외 망명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그의 최종 행선지로 UAE가 거론되는 것은 중동 국가 가운데 경제적으로 부유한 데다 '복귀'의 기회를 엿보는 망명 정치인들에게 천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근동. 걸프 지역 군사전문가인 시어도어 카라시크는 "무바라크가 UAE로 간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을 것"이라며 "UAE는 전에도 다른 정치지도자를 받아들인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UAE에 망명을 한 정치인들로는 군부 쿠데타로 4년 전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비운의 여성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전 체첸 반군 지도자 술림 야마다예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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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사진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무바라크가 UAE 측과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왔다는 점도 UAE 망명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카라시크는 "UAE는 무바라크의 충실한 벗이었다"고 말했다.
무바라크가 퇴진하기 며칠전 UEA 외무장관이 카이로를 방문했다는 일부 아랍권 언론의 보도도 무바라크가 UAE로 망명할지 모른다는 추측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접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지난달 튀지니의 독재자 벤 알리에게 망명을 허용한 만큼 본국에서 사실상 머물 수 없는 무바라크를 받아들이는 것이 UAE로서는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무바라크를 받아들이는데 따르는 몇가지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통해 막대한 국부와 위상을 자랑하지만 반정부 시위가 사실상 용납되지 않는 폐쇄적 정치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 나라의 양면성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소지가 있다.무바라크의 축재에 대한 이집트측의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UAE의 경제 중심지인 두바이로 불똥이 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망명자들의 신변과 관련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UAE에 머물던 전 체첸 반군 지도자인 야먀데프, 하마스의 사령관인 마흐무다 알 맙후가 2009년과 2010년에 잇따라 암살당한 것이 그 실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