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첫날, 친이계 ‘주도’ 친박 ‘침묵’
  • ▲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헌논의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헌논의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이 개최한 개헌 의원총회(이하 의총)가 첫 날 예상외로 조용히 진행된 가운데 앞으로 남은 이틀간 어떤 논의가 벌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8일 오후 열린 의총에서는 고성이나 말다툼이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계파간 분위기가 극명히 갈렸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의 발언이 주를 이룬 반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가급적 발언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한 의원은 재적의원 171명 가운데 125명. 이 중 친박계에서는 서병수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알려진 이정현 의원 등 30여명이 자리했다. 하지만 발언에 나선 친박계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와 달리 친이계 의원들은 대부분 ‘개헌’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언대에 올라선 친이 의원들은 개헌논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처음으로 발언에 나선 이군현 의원은 “한나라당은 2007년 이미 개헌관련 4대 원칙을 표명했고, 당시 박근혜 전 대표 등 대선주자들도 후보가 되면 개헌공약을 하겠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며 “현행 헌법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과 마찬가지고 겨울이 지났는데 겨울옷을 입은 격”이라며 개헌논의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박준선 의원은 “(개헌을) 해야 한다면 다소 늦었더라도 지금 하는 게 18대 국회의 역사적 소명”이라면서 “썩은 물은 바꿔야 하고 환기가 필요하면 창문을 열어야 하듯 개헌을 위해서는 대통령을 비롯해 책임있는 분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규 의원은 “정략과 정파를 떠나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4년중임제를 주장했다.

    아울러 김영우 의원은 “개헌에 적당한 시기라는 것은 없고, 개헌은 기본적으로 정략적일 수밖에 없지만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면 된다”고 역설했고, 고승덕 의원은 “구제역 때문에 개헌을 못한다면 우리나라에 소가 살아있는 한 개헌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묵을 고수한 친박계 의원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개헌을 찬성하는 소수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실현가능성이 없는 개헌을 지금 하자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은 “야당도 반대하는 개헌을 굳이 추진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친박계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개헌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칼자루는 손학규 대표가 쥐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 개헌 특위가 구성되더라도 그 다음인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에 있어 제1야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 대해 민주당 차영 대변인이 “민생 논의는 제쳐두고 개헌 논의에만 골몰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정치권 내 ‘개헌론’은 안갯속으로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