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 광장, 200만 모였다고 부풀려”이집트내 한국 기업인, “외신 자극적 보도 걱정”“전국 어수선하지만 외국인들 안전한 상태”
  • "멀쩡한 한인식당 불탔는데, 왜안오냐, 한국지인들 전화에 황당했어요"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10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일각에선 외신들의 보도경쟁 속에 이집트 사태가 실제보다 심각하게 알려진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에서 6년째 한국인과 이집트인이 공동출자한 섬유회사 이사인 김찬호씨는 “며칠전부터 24시간 돌아가던 공장의 가동을 6시간으로 줄였다. 소요사태로 직원들이 일부 출근을 못하고 있다. 카이로에서 100킬로미터 남쪽에 위치해 직접적인 시위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면서도 “주요도시의 시위로 교통, 수송체계가 영향을 받아 연료공급이 안돼 공장 가동이 줄게 됐을 뿐이지, 국가 전체가 혼란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외신과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이 너무 자극적인 보도를 하거나 지엽적인 부분만 부각시키려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얼마 전 자동차가 불탄 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얼마전 한국인 자동차가 불탄 사건이 있었지만 시위와 관계없는 사건이었다. 또 한국의 지인들이 ‘한국 방송에 한인식당이 공격당해 방화로 불탔다고 하더라. 빨리 나와라’하며 걱정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나도 잘 아는 식당인데 알아보니 그런 일이 없었다. 혼란 와중에 언론을 통해 부풀려지거나 잘못 전해지는 사례가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자지라 방송도 ‘따흐리스퀘어에 200만명이 모였다’는 식으로 방송하는 것을 봤다. 우리나라의 시청앞광장 정도로 상징적인 곳인데 20~30만명 정도 모일 수 있을 것 같은데 200만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외국 언론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이집트 국내가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많은 외국 상사주재원가족들이 불안감을 느껴 두바이 등으로 피했다. 또 직원들이 시위에 참가하거나, 교통 사정으로 제대로 출근을 안 하기도 한다. 어제도 인터넷요금을 내러 갔는데, 접수처가 문닫아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 외국인 기자들에 대한 폭력 소식도 들려오고, 심지어 외국인 기자 사망설도 현지에선 나돌고 있다고 전해줬다.

  • ▲ 따흐리광장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 투석기까지 갖췄다.
    ▲ 따흐리광장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 투석기까지 갖췄다.

    특히 오늘 이슬람 휴일인 2.4 시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위가 얼마전까지는 폭력화되지 않았다. 며칠전부터 무바라크 지지자들이 시위에 나서며 친정부, 반정부 시위대들 간에 충돌이 일어나면서 더 혼란해졌다. 2월4일 이슬람 사원의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시위가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서방국가에서 무바라크 정권이 몰락하고 이슬람형제단이 집권해 ‘제2의 이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는데 대해서도 조심스런 전망을 했다.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지만 이집트 정교 신자가 800만 명이나 된다. 또 무바라크를 대체할 정파도 뚜렷이 부상하지 않았다. 이슬람형제단이 집권하기 쉽지 않고, 집권한다하더라고 극단적인 정책을 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이슬람국가에서 보면 이집트는 콩가루 집안인 셈이라서 원리주의자들이 구심점이 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 ▲ 카이로시내 외국인 거주지역. 김찬호 씨 제공
    ▲ 카이로시내 외국인 거주지역. 김찬호 씨 제공

    그러나 외국인 탈출러시로 비쳐지는 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은 주로  마아디 구역에 있다. 밖은 어수선하지만 외국인이 위협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도 한국 취재진의 취재에 응한 적이 있다. 특히 방송은 자극적인 것만 찾는 것을 느꼈다. 그런 것 소개할 것도 없었다. 몇몇 사람이 자기 생각이나 부분적인 면을 말한 것을 부풀려 말하는 것은 이집트를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 ▲ 무바라크 지지 시위대가 나일강변을 행진하고 있다.
    ▲ 무바라크 지지 시위대가 나일강변을 행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화라는 것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많은 피를 요구한다는 것을 우리나라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많은 이집트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독재도 싫지만 누가 국가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느낀다. 하루아침에 나라가 뒤집어질 것으로 밖에서 볼 수 있지만, 안에서 보는 이집트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트라는 “이집트 2.4 집회 후 이집트 경제가 완전 마비된다면, 2월 둘째주부터 이집트 수출상품 선적이 불가능해, 한국기업들의 대 이집트 수출 손실액은 당초 2월 한달간 이집트 수출 전망치인 3억 달러의 3분의 2인 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