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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할 의사를 내비쳐 공식적으로 자진사퇴를 요청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그러나 사퇴시기를 조절할 수도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 준비를 하느냐’는 질문에 “할 건 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자진사퇴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이날 오전과는 정 반대 입장이었다.
이어 ‘거취 결정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두고 보자”라며 여운을 남겼다. 정 후보자는 “사퇴 여부를 둘러싼 당청 간 갈등에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정 후보자의 결정에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당내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침묵하고 있으나 정 후보자 혼자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사퇴할 시기를 조절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관망하는 입장을 보였다.또 다른 관계자는 “안상수 대표에게 서울‧수도권 지역의 의원들이 민심을 전달하면서 이대로 밀어붙일 경우 피해는 당이 본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 같다”면서 “정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대로 강행될 경우, 당청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강행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한 의원도 “정 후보자의 결정이 뜻밖이나 정 후보자가 그동안 말을 아껴온 만큼 청문회에서 무언가 털어놓겠다는 뜻 아니겠는가”라면서 “청와대의 인사에 당 지도부가 제동을 건 것은 처음이나 그만큼 절실했다는 걸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이날 오전까지 침묵을 지키다 오후에 ‘청문회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은 같은 날 오전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부적격 판정에 동의한 적 없다”는 보도 이후다.
즉, 김무성 원내대표가 사실상 안상수 대표의 문제제기 방식을 비판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한나라당이 있고, 김무성 원내대표의 한나라당이 따로 있다”고 힐난했으나 한나라당은 이 같은 ‘내홍 조짐’을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