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개원한 112대 미국 연방하원에서 새 의장으로 선출된 존 베이너(60)는 워싱턴 정치무대를 좌지우지하는 아이비리그 명문대와 변호사 출신의 엘리트 그룹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오하이오주(州) 남쪽 끝 자락의 레딩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조그만 술집을 운영하는 부모의 12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베이어는 일과 후 집에 돌아가는 것이 마치 고아원에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고 술회했다.

    베이너는 지난해 11월2일 치러진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어릴 적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려 무진 노력했다"고 말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정된 순간 TV 카메라 앞에 선 베이너는 젊은 시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온갖 역경을 견뎌냈던 자신의 인생역정이 생각난 듯 눈물을 쏟아냈다.

    연방하원 의장은 선출직 가운데는 정.부통령에 이어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정.부통령 유고시 헌법에 따라 하원의원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벽촌의 가난한 서민층 출신의 베이너가 권력서열 3위 자리에 오른 것은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다.

    2006년부터 4년간 하원의장직을 맡은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가 명품 의상에 얼굴의 잔주름을 없애는 보톡스 시술로 요약되는 캘리포니아 부유층의 상징적 인물이라면, 베이너는 근로자 계층의 표본에 해당한다.

    학비를 벌어가며 어렵게 신시내티 소재 세이비어 대학을 나온 베이너는 조그만 플라스틱제품 판매회사인 뉴사이트세일즈에서 판매사원으로 출발, 승진을 거듭하면서 이 회사의 사장자리에까지 오른다.

    기업인으로 입지를 다진 그는 1985년 오하이오 주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진출, 199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11차례 재선에 성공했다.

    90년 하원에 진출하면서 초선의원 6명과 함께 하원 의사당내 우체국과 은행의 비리를 파헤친 `갱 오브 세븐(Gang of Seven)'으로 불리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6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자 원내대표직에 도전, 4년간 야당의 간판으로 활동하면서 민주당을 공격하는 최선봉에 섰다.

    감세와 재정지출 삭감이라는 원칙에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지난해 통과된 건강보험 개혁법 철회와 기업규제 철폐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앞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및 민주당과 격돌이 예상된다.

    검붉은 얼굴빛에 시골풍의 친밀한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이며, 때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고성의 연설을 토해내는 감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공.사석에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아 `울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작년 11월 중간선거 개표직후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가 확정되자 TV생중계 연설로 승리를 선언할 때 젊은 시절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청소와 야간근무 등 온갖 궂은 일을 했던 경험을 회고하면서 2분여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최근 CBS의 `60분'에 출연했을 때도 아내를 옆에 두고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쏟아냈으며, 이날 하원의장석에 올라 낸시 펠로시 전 의장으로부터 의사봉을 넘겨 받기 직전에도 감격에 겨웠는지 하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골프와 파티를 좋아하고 와인을 즐기며 줄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1973년 결혼한 아내 데비와의 사이에 두딸 린지와 트리셔가 있다.